|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을 뒤덮고 있고 곧 이어 서울로 북상한다는 일기예보를 생각 없이 믿어 버린 내게 일요일 아침 베시시 뜬눈엔 분명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순간 갈등에 휩싸인 내게 걸려 온 전화는 곧바로 갈등을 잠재우고 오랫만에 산행에 대한 기대로 바꾸어 주었다.
전날 장마로 인해 산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판단한 탓에 연락도 하지 못한 내게 그때부터 여기저기 연락 !!!
그다지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산의 공기만은 깨끗하고 맑은 기분이었다.
비교적 짧은 코스인 산악구조대쪽으로 방향을 잡은 우리 일행은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도봉산을 알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몇번인가 왔다고 오르는 길이 낯설지가 않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땀이 쏟아져 내리고 몇주인가를 쉰탓인가 다리도 금새 무거워진다.
3번이나 쉬면서 도착한 신선대…
그래. 바로 이 맛이야..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쾌재를 부른다.
눈앞에 우뚝 서 있는 강한 남성미의 자운봉과 그 옆으로 조용히 서 있는 만장봉과, 좌로 길게 펼쳐지고 있는 포대능선이 낮은 구름과 어우러지면서 차분한 전경을 만들어 낸다.
한참을 기다리자 하나,둘 숨을 헐떡이며 건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누구 누구는 신선대의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지 않겠단다.
지난번에 와서 올랐다며..
그러면 지난번 왔던 이곳엔 무엇 때문에 왔을까 하는 반문이 여기저기서 이어지며 하산의 아쉬움을 대신해 환한 웃음을 남겨 놓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늦지 않은 아침 성찬이 펼쳐지고 제주도의 순한 한라산 물로 빚었다는 순한 소주로 목덜미를 적신다.
늘상 사던 족발집이 아니어선지 족발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했지만 다들 맛있단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일어나 산행을 재촉했으면서도 제일 늦게 나타나게 만들었다는 부침개와 김치..그리고 언제나 함꼐 하는 컵라면…
허허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유로운 마음과 넉넉한 웃음으로 먹거리 시간에 이어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한 우리는 본격적인 하산을 준비하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려 오던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모처럼의 산행을 마무리하려 하고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쿠당탕거리며 구르고 있는 나로 인해 모두들 깜짝 놀라 가는 길을 멈처 선다.
한참을 구르다(나로선 한참을 굴러가는 느낌이었음) 겨우 멈처 선 나는 당장은 어깨가 아팠지만 얼굴이며,손바닥이며 시뻘건 피가 여기저기 보이고 무릎이며, 허벅지며 어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으이그..챙피해라…
아마도 오랜만에 올라온 탓에 다리에 힘이 빠지고 게다가 한라산 소주와 남 흉보는 이야기에 정신을 팔린 탓이리라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 보았지만 조심하지 못한 나의 잘못을 감출 수는 없었다.
온다던 장마비는 내리지 않고 하산길엔 다른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올라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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