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40분 장암역엔 벌써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늘을 찾아 장암역 출구쪽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일행을 기다리기로 하고 역사에서 준비해 놓은 간이 도서고에서 책을 꺼내 읽는둥 마는둥..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외에도 가끔 두세명씩 짝을 이루어 등산복 차림으로 역사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종착역의 새벽 아침은 그렇게 한적한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산행 역시 그럴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막걸리를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의 뚱뚱보 할머니와의 입씨름도 즐겁기만 하다.
초입부터 땀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입구쪽에 들어서자 계곡안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그래도 한여름 등산을 견딜만하게 해준다.
계곡을 따라 쭉 늘어선 먹거리 장사치들로 인해 그다지 좋은 기분은 이니었지만 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을게다..
언제나 오름길은 이런저런 생각에 나만의 산길을 찾아 나선다.
뒷쪽에서 쫓아 오는 산우들과 일정한 간격은 유지하면서 때로는 보조를 맞추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가며 산을 오른다.
장암발 수락산행은 언제나 한적하다. 이른 아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락산역쪽에서 오르는 길보다 찾는 수가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마 첫번째 휴식처인 마당바위까지 만난 일행은 한팀 정도였을께다.
그리고 중년의 아줌마들이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나누며 우리가 쉴 마당바위를 점령하고 있다.
하기사 넓으니께 문제가 될 것이야 없겠지만...
한쪽켠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는 물에 뜨거워진 머리를 적시고 얼음물을 들이키며 가빠진 숨을 골라본다.
숲속에서 보이는 도봉산이 일품이다.
선운봉과 만장봉이 장엄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고 그 옆으로 포대능선이 늘어지고 있다.
우리가 오르던 그 도봉산 보다 보이는 도봉산이 더 가파르게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린 또 올랐다.
이제부턴 깔딱고개다.
어느 산이건 깔딱고개가 없으면 그 산엔 생명이 없는 느낌이다.
깔딱고개가 있어 그 산과 깊은 호흡을 맞출수 있음이요 산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음이다.
숨이 가쁘다.
심장이 멈출 듯 펌프질을 하던 심장이 다리의 휴식과 더불어 조용히 그 평삼심을 찾아 간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깔딱고개정도는 아니지만 만만한 길은 아니다.
그래도 바위들이 있어 암벽을 타는 듯한 작은 즐거움을 주는 곳이 바로 정상아래 이곳이다.
정상에서 힘찬 야~호 소리로 몸 속에 들어 있던 스트레스까지 모두 공기속으로 날려 보낸다.
그리고 조금 더 전진하니 주봉이다.
언제나 철모바위쪽에서만 오르던 주봉이 새삼스레 다가 온다.
주봉엔 뒤에 오는 등산객들을 위해 비켜 주고 정상으로 다시 내려와 늦은 아침상을 펼쳤다...
여느때처럼 푸짐한 뷔페상이 차려진다.
막걸리로 목덜미를 축이고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한라산 소주로 입가심을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꽃..
이번엔 단연 차회장님의 이사승진턱 얘기가 그 중심이었다.
담번으로 미뤄났지만 분명 한번을 쏘시겠지...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 하산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냥 쭉 내려오던 우린 탁족을 위해 마당바위에서 다시금 짐을 풀었다.
아침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여름산을 즐기고 있다.
탁족으로 가벼워진 발과 마음으로 하산길을 내려 온 우린 또 다른 산행을 기다리며 7월 마지막 한여름의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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