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긴데...귀찮으신 분은 그냥 넘너가셔도 될 듯..우리 산악회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하는 것으로 쯤 생각해 주시길.
산행일시 : 2007. 8. 15(수) 광복절
산행지 : 도봉산(보문능선 - 우이암 - 도봉주능선 - 자운봉 - 산악구조대 - 매표소)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8.2 km 11:20 ~ 15: 30(4시간 10분)
토요일을 반납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여..
최근엔 공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보니 광복절 아침에도 일어나 회사를 가야하나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영 찌뿌등한 몸상태..오늘은 그냥 하루 쉬지..뭐..?
하지만..눈치가 보인다..무작정 밀고 나갈 상황만은 아니기에…
그런 저런 이유로 광복절 모처럼의 달콤한 휴일을 산행쪽으로 마음을 굳히기 까지 꽤나 긴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산행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 난 배낭만 메고 집을 나섰다.
마음속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고 지난 주 수락산 산행이 꽤나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편한 짧은 산행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7호선은 이미 도봉산역에 도착하고 있어 난 그냥 그곳에서 내리고 말았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산객들과 그들을 향해 연신 목소리를 키우며 호객하는 많은 상인들
시끄러운 입구쪽 상가를 지나 조금 한적한 곳에 이르러 얼린 막걸리 한 통과 김치가 딸려 오는 김밥 한 줄을 만찬용으로 준비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후식용 귤 한 줄과 길게 돌지도 몰라 얼린 냉수 하나를 더 싸서 배낭에 밀어 넣고서야 산행준비가 끝난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 짝을 이루고 떼를 지어 오르는 산객들 틈을 비집으며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을 하던 내게 앞선 사람들이 보문능선쪽으로 우루루 빠져 오르자 나도 그냥 발길을 그쪽으로 들여 놓고 말았다.
넓다란 길가 초입에 자리를 잡고 있는 능원사가 눈에 들어 온다. 최근에 새롭게 단장한 듯콘크리트 바닥포장과 대웅전 등 몇몇 건물들이 예전의 고풍스런 사찰과는 전혀 다른 자본주의에 물들어 버린 기업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는지..
그리고 도봉사를 지나고 본격적인 능선에 들어 서고 나서야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지고 나만의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전에도 몇 번은 오르고 내렸던 보문능선
다락능선쪽과는 달리 적당한 기울기와 포근한 흙 길이 많아 산행의 들머리로서는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한 곳이다..
보문능선을 오르는 산객들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산을 느끼며 산을 얘기하고 인생의 고단함을 떨쳐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얘기할 수 있는 길이 그 곳에 있는 듯 보였다.
능선 곳곳 적당한 자리를 쉼터 삼아 만찬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객들의 얼굴에도 맑은 미소가 번지고 그 작은 기쁨들이 산 속 깊숙이 넘쳐 흘러 산을 찾은 모든 이들의 얼굴로 전염되고 있었다. .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한 가득 담겨져 있었지만 옴 몸에서 흘러 내리는 땀방울 역시 나의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갈증은 물을 요구하고 있었고 난 한적한 곳을 찾아 배낭을 내려두고 물을 보충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어느덧 왼쪽 편으로 우이암이 나타나고 조금 더 오르자 암릉지대 앞에서 우회로가 나타난다.
몸 상태로 보아 우회로를 택해 도봉주능선으로 접어든다.
한번 쉬고 난 이후 내 몸은 급격히 체력이 빠져 나가고 있었기에 도봉주능선에 들어 선 이후 쉴만한 곳을 찾으며 몇걸음을 더 옮겨 본다.
마침내 적당한 곳을 찾아 앉은 나는 더 갈 것인가 그냥 내려갈 것인가라는 찰나의 색각을 밀어 버리고 도봉산 초입에서 준비해 온 김밥과 귤 그리고 막걸리를 꺼내 조촐한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선 시원한 얼음물로 갈증을 풀고 이내 얼어 있는 막걸리를 녹여 한잔 들이킨다. 입안과 식도까지 얼얼하게 만들어 버려 한잔을 한번에 들이키지 못한다.
막걸리 한잔에 안주로 김밥 한쪽
세상이 따로 없다.
가볍지 않은 삶이라도 이곳에서 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빠져 드는 나만의 세상
눈앞에 펼쳐져 있는 우이암 정상 암릉 위의 산객들이 멋져 보이고
연신 내 옆을 치고 오르는 산객들이 멋있어 보인다.
지향하는 바는 틀리지만
산이 있어 찾은 그들 역시 대자연의 품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뜻을 찾고 있을까.?
저마다 아름다운 개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삶의 무게 속에 얽혀 드는 수많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괴로움과 환희를 거대한 자연의 품인 이 곳 산속에서 만큼은 훌훌 털어내고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막걸리 한잔에 몸 속의 탁한 피를 맑게 할 수도 있겠지만 머리 속의 온갖 잡념과 나만의 고귀함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역시 산을 찾은 이들에게 커다란 축복이 되리라..
충분히 쉬었다.
다시 출발하는 내 몸엔 생기까지 도는 느낌이다.
지루하지 않은 능선이 이어지고 왼쪽의 오봉이 가지런히 앉아 있고 우봉을 지나 신선대와 자운봉 그 앞의 주봉과 칼바위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있다.
오봉을 경유하여 자운봉으로 가려 했지만 조금 멀다는 느낌 그리고 도봉주능선길을 이제껏 한번도 가지 않았었기에 오봉과 자운봉 갈림길에서 자운봉으로 직행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길이 진정 도봉산을 비로서 알게 해주는 길일 줄이야..
나도 도봉산은 좀 다녔다 하면 다닐 만큼은 다녔고 왠만한 등산길 정도는 꾀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됨을 새삼스레 생각하며 초등길을 조심스레 즐기며 앞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칼바위의 모습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우이동 계곡으로 오르는 우이남능선의 암릉구간의 멋진 조망이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래도 어딘가 다른 모습은 우이남능선에 비해 자운봉 부근의 멋진 봉우리 군락들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고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은 도봉주능선이 좋아 보였고 탁 트인 느낌의 조망은 우이남능선이 훨씬 좋은 느낌이랄까..
난 칼바위를 지나면서 주봉이 바로 앞에 보이는 길옆 아래 작은 바위에 또 다시 나만의 자리를 폈다.
남아 있던 막걸리와 김치로 멋진 조망을 눈 속으로 가슴 속으로 깊숙히 집어 넣으면서 말이다.
주봉은 쌍둥이 사람 얼굴형상을 닮아 있었다. 그곳을 로프질해서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뜀바위 위험구간에서는 위험스레 릿지를 즐기는(?) 사람들이 위험스럽게만 보였다..
그들의 산을 즐기는 방식을 나무랄 필요는 없겠지만 북한산 영봉 아래 작은 비석들이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충분히 쉬고 배낭을 꾸린 난 내 길을 계속했다.
뜀바위 안부쪽 부터는 오봉쪽과 연결되어 알던 곳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위험구간을 피해 계단길로 접어들었고 곧 이어 자운봉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대능선을 통해 다락으로 돌아 갈 수도 있었지만 내 몸은 더 이상 긴 코스를 원하지 않았다.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 결국 나는 신선대 아래쪽 암릉길을 내리 돌아 산악구조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내림길은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땀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산악구조대를 지나 석굴암쪽부터 시작되는 듯한 작은 계곡물에 얼굴과 머리의 땀방울을 털어내자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림 길 도봉대피소를 지나자 계곡의 물소리와 계곡 속에 발을 담근 산객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달리 다소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했던 나는 마무리 역시 여유를 가지고 탁족의 기쁨을 가지고 싶어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 갔다.
역시…..
그렇게 난 산행을 마무리하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도시로, 나의 삶의 터전으로 서서히 걸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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