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서방의 염색기
홍서방 : 아, 나 참 안한데도.
홍서방 마누라 : 그래도 젊게 보여야 되.
별로 살지도 않았는 데, 벌써 염색이라니?
마음은 이팔청춘이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데 왠 염색?
장돌뱅이 생활도 어언 20년째에 접어들다 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
요즘같은 세상에 홍서방같은 장돌뱅이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모아서 나랏돈으로 장판에 모아놓고 홍서방은 그간 어찌해서 먹고 살았는 지 알려달라고 하기에, 그 까잇 것 대~충~하고 털썩 받아놓으니 마누라가 난리다.
나로서는 왠 앵벌이?
그런데 기왕에 할려면 잘하고, 멋있게 보여야 한다고 집사람이 나선다.
하기사 홍서방도 한 때는 한 미모했었지.
그 때 생각하면야 머리염색이 가당찮은 말이지만, 아침에도 거울을 보니 구렛나룻은 이미 새햐얗고, 가운데 머리는 숭숭 빈 곳이 많이 보인다.
결국 염색약을 사놓고 보니, 다 큰 딸네미가 재미삼아 지가 하겠다고 한다.
아버지가 염색을 하실 때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면서 몇 시간이고 참았다가 머리를 감았는 데, 요즘은 약이 좋아서 15분 만에 염색약을 씻어내면 된다고 한다.
제법 녀석이 정성을 들인 것 같아 잘 되었지 싶은 데, 욕탕에서 나와보니 왠 걸,
왼쪽은 잘 되었는데, 오른 쪽은 여전히 하야스름하다.
찰튼 헤스튼, 제임스 딘!
한 때는 홍서방이 탐탁치 않아하던 별명이건만, 이제는 딸들도 지 아비를 도대체 ‘디 까프리오’하고 비교를 하지 않는다.
아 ~
흘러간 세월이여~
잘못된 염색이여~
당분간 남들에게 왼 쪽만 보여야 하는 서글픈 신세가 된 홍서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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