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럴 수가.
책장을 가만히 쳐다보던 홍서방은 놀랬다. 이번 달에만 책이 25권이나 늘었다.
장돌뱅이가 하라는 양말장사는 하지 않고, 책만 모으나.
불쌍한 홍서방!
정작 공부해야 할 때는 책에다 코쳐박고 침흘리면 잠만 자대더니,
이제는 불쏘시개할 아궁이도 없으면서 책모으는 데 여념이 없다.
진작에 철들었으면 밤낮으로 당나귀타고 산길가는 일은 없었으련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데, 양말장사가 종이파먹고 살려나.
책이야, 다 팔아봐야 몇만원이면 충분하지만, 양말 다 팔면 그보다 훨씬 값을 쳐주겠지.
하기사 그래도 본인은 주위의 온갖 타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말장사가 최고라고 한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은 뭐시라고 이름붙여놓고, 온갖 유명한 점방에서 난다긴다 하는 것보다도 10배는 비싸게 받아먹고 있다.
그러고도 꽤 오랫동안 버텨내더니만, 드디어 앵벌이에 나섰다.
이름하야, ‘장돌뱅이로 오래버티기’, ‘장돌뱅이 재미있게 하기’, ‘장돌뱅이의 애사’....
참 세상 재미있어졌다.
상놈들이나 하는 장돌뱅이가 뭐 좋다고 할려는 지,
홍서방 자기도 모르면서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장터에서 설레방을 치고는 탁주값이나 받더니만,
이젠 아예 내놓고 책도 내겠단다.
그래, 양말도 팔아먹고, 책도 팔아먹겠다?
둘 다 잘되면 좋지. 그럼 그렇고 말고.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접속중인동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