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 !!!! 반가우이...오랫만이구먼.. 다들 잘 있는지..
얼마전 우리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해 해 주던 희건이의 제일호프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있었지..
언제나 친구들을 따스하고 환하게 대해주던 그 친구는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위한 귀중한 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왜...
그렇다고 내가 남들처럼 자주 찾아가 술 한잔 기울이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고 싶을 때 찾아 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하나 없어졌다는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때문일지도..
가을이네..
옆구리 시리다며 엄살부리는 친구들도 더러 있더만 서로를 향해 따스한 마음을 보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모처럼...산행기 하나 올리네..
우리 산악회 친구들에게는 같이 하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맘이지만 글이나마 같이 하고 싶은 맘.. 이해해 주시게나...
○ 산행코스 : 우이동 – 영봉 – 하루재 – 위문 – 백운대 – 용암문 – 대동문 – 소귀천 – 우이동
○ 누구랑 : 나홀로
○ 시간은 : 09:10~13:30(4시간 20분)
가을바람이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가을을 건너뛰고 여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며 수군덕거리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자연은 그런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 들여서 일까..
설악산의 단풍 소식이 지난 주여서 커다란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북한산에도 고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산을 찾는 산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인 지금 바깥 온도에 따라 옷을 갈아 입는 것도 쉽지 만은 않다.
옷에 대한 욕심이 앞서서인지 여러 벌의 옷을 갖고 있는 것이 가끔은 성가시기까지 하지만 분위기에 따라 옷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가진 자(?)의 행복일지도..
모처럼 차를 끌고 북한산을 향했다.
우이동 산행 들머리 부근의 작은 식당인 "샘터" 부근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영봉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06년부터 휴식년제에서 해제된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늘어 났지만 아직도 다른 곳에 비하면 한적한 곳이다.
나홀로 산행의 참맛은 역시 심장 박동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임을 나만의 산행스타일로 가지고 왔듯이 육모정까지는 많은 산객들을 제치며 쉬지 않고 올랐다.
눈에 익은 등산로 주변의 기암 괴석들과 산의 지형은 여느 때처럼 그 자리 그대로 그 모습이었지만 여름 내내 무성한 나뭇잎들을 달고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던 크고 작은 나무들은 자연에 순응함인지 나뭇잎들을 아래로 하나씩 하나씩 떨어뜨리며 그냥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 보고 있었다.
설사 달려 있다 해도 땅 속의 수분을 머금어 탱탱하던 나뭇잎들은 바싹바싹 말라 가고 있었고 온갖 벌레들의 넉넉한 식량 구실을 해냈던 모습도 파헤쳐진 구멍들만큼이나 을시년스러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나마 멀리서 보이는 원경은 노랗고 빨간 색들로 만들어 내는 형형색색 고운 단풍들이 북한산의 가을옷으로 갈아 입고 너울거리듯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만 산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올 여름 내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빗방울과의 처절한 싸움때문인지 원경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달리 조금은 안쓰럽게만 보였다.
그렇게 "올해 단풍은 예년만 못하구나".."아직 아래쪽은 단풍이 오지 않았네"..하며 길을 재촉했다.
육모정을 그냥 지나쳐 상장능선과 멀리 도봉산의 오봉이 멋지게 보이는 조망 좋은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어감을 청했다.
갈증을 달래고서 디카를 꺼내 가을단풍을 추억으로 담아 내려 했지만 사진으로는 역시나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시 짐을 챙겨 눈 앞에 보이는 영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결 여유로운 걸음과 한결 여유로운 가을단풍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며 길가 구석구석 잠들어 있던 옛 기억을 하나씩 낚아 채일르켜 세우며 그렇게 나만의 산행은 즐거움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영봉 비석을 보면서 함께 온 일본 친구들에게 먼저 간 산우들의 넋을 기리는 성스러운 곳이라는 그들 나름의 설명을 열심히 해 주고 있던 일행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담아 줍던 내게 갑자기 물어 오는 길안내를 밝은 웃음으로 해 주고서 하루재로 내림 길을 잡았다.
하루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혼자 오르는 산행에서는 가끔 그들의 걸음이 나를 막게 되지만 요령껏 길을 만들어 앞지르기를 하며 길을 오른다.
가뿐 숨을 마지막으로 토해 내듯 당도한 백운산장
배낭과 함께 막걸리에 대한 주저하던 마음까지 내려 놓고서야 막걸리 한잔을 2000원과 맞바꾸고 갈증을 풀어 버린다."크~으~~"
그리고 위문 앞을 지나 백운대로 오르기 시작했지만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꽉 막힌 정체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자주 왔던 곳이라 안 올라 가도 그만인데 오늘은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고 나를 유혹한다.
막힌 길 때문에 작은 오리바위가 보이는 조망 좋은 곳에서 순간의 갈등과 함께 앉아있던 나는 다행히 사람들의 행렬이 조금 주춤해지는 틈을 이용해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고 많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곳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 들며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그래도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단풍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북한산의 속살이 보일 리 없는 그곳에서의 조망 만큼은 정상까지 올라 온 이들에게 충분히 그 대가를 쥐어 주고 있었다.
도란도란 들고 온 먹거리를 빙둘러 앉아 나누고 있는 일행들이 보기 좋았지만 아침을 든든히 하고 온 내겐 그냥 발길을 돌리게 하였다.
다시 위문으로 내려와 노적봉 안부까지 길을 잡고 용암문을 향해 가던 내게 반가운 후배의 모습이 보인다.
작은 딸과 함께 진달래능선에서 시작해 나와는 완전히 반대로 올라 왔기에 만날 수 있었던 그 후배는 평상시 산을 즐겨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인지 산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지만 함께 온 작은 녀석은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에게는 긴 코스를 달려 왔음인지 심퉁이 얼굴에 가득함을 볼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진 후 용암문을 거쳐 대동문에 당도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저들만의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 내며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자신감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 보였다.
성곽 아래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컵라면과 김치 몇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후식으로 사과까지 여유롭게 먹고 나니 막걸리와 담배에 대한 아쉬움이 고개를 치밀고 있었다.
별 수 없는 모양이군…
나를 책망하듯 씁쓸한 생각을 접으며 배낭을 매고 내림길로 올라섰다.
진달래 ? 소귀천 ?
오늘은 충분히 돌았다는 생각이 소귀천으로 발길을 잡게 하였다.
팔이 부러지며 넘어 졌던 기억이 내림길 내내 걸음을 신중하게 만들었지만 스틱이 있어 그런대로 안전산행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되돌아 오니 벌써 시간은 4시간을 넘어 서고 있었다.
오늘도 산을 찾아 오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 가는 길도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 곧이어 설악산 공룡능선의 초가을 산행기를 올릴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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