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도 안되서 책을 다 읽어버렸다. '어떻게 이렇게 책을 빨리 읽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약 200페이지 밖에 안되기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다른 일을 하는 도중에도 계속 이 책 생각이 나서 차라리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에 그토록 매력을 느끼게 한 이유를 나는 이 책의 성격을 몇 개로 규정하는 것으로 제시하려고 한다.
우선, '정선된 추천도서목록'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추천도서 100'권을 제시해서 학생들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수준높은 독서를 하길 바란다. 그런데, 그 도서목록을 보고 목록에 있는 책을 다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내가 여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답 이유는 그러한 추천도서목록에는 '왜 그 책을 읽어야 하나?', '상반된 견해를 담고 있는 책을 읽게 되면 나는 그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친절한 설명들이 빠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수님이 아닌 '홍작가'님이 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참 잘해주신 것 같다. '세계화'를 예로 들면, 내가 세계화를 긍정하는 입장의 책만 읽게 되면, 나는 세계화가 전적으로 좋은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가 그것을 반대하는 책을 읽게되면 나는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혼란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 이 때에 작가는 '균형적 시각'을 가지고 독서를 하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한 책을 읽다보면 전적으로 그 작가의 의견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시각을 접했을 때 혼란을 느낄 가능성이 많이 있고 시각이 극단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작가의 조언은 이러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로, '독서 그 자체로의 즐거움'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한 기업의 경영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 나가기 위한 가장 좋은 토대로 독서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독서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워지고, 세상은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등....... 나는 '성공하려면 많은 책을 읽어라.', '책을 읽으면 꼭 독후감을 써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라'라는 형식에 사로잡혀 책 자체를 읽는 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은, 그 과정자체를 즐기지 못했던 데 있었던 것 같다. 일종의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던 것이다. 앞으로 독서할 때에는 저자랑 대화하면서, '이건 좀 현실하고 맞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건 좀 논리적 비약이 심해.' ,'이건 이 예로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데?'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해야겠다. '상향식', '하향식'독서를 이론적으로만 배워놨지, 실제에서는 전혀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었음에 다시 한번 반성했다.
세 번째로, '강의실 밖의 교수님이 쓴 책'이다. 물론, 강의실 밖의 교수님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내가 '홍작가'님을 더 그렇게 느낀 것은, 이렇게 많은 독서를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 많은 량의 독서를 자신의 업무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지로 책 삼매경에 빠져보고자 하지만, 가끔씩 '아 이책 읽어서 머하나' ,'전공관련 책만 읽으면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게 아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나는 대학 강의실이라는 틀 안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대학 내의 요소들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사는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거시적인 요소들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위치를 확인해봐야 했었다. 이론에만 매몰되면 안되겠다는 요즘 내 생각에 좋은 가르침을 주신 것 같다.
책이 전체적으로 친근하고 논리적인 문체로 되어있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런데 단순히 한 번 읽고 말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하면서 내 독서에 의심이 생길 때 한번씩 보면서 내 독서생활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되어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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