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참석했단다.

경동36회 산악회가 2003년 정식으로 출범한지 벌써 6년이 흘렀다.

당시 회장이었던 권현준 전 동기회장의 소모임 활성화방안에 따라 얼떨결에 회장을 맡게 되었지만 초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미안함만 남겨 놓은 채 현재의 강성환 회장에게 자리를 넘긴지도 4년여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렇게 참석한 산악회

사당역에 도착해 보니 벌써 많은 친구들이 나와 있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발걸음들

저 멀리 군산에서 단지 친구가 좋아서 친구를 보기 위해 천리길을 달려 온 강충구까지 총 14명의 산객들.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이기까지 그리고 그런 어엿한 산악회를 있게 한 강성환 회장과 조희건 총무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내게 아직도 초대회장이라며 배려를 해 주고 있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미안함을 드러내게 한다.

사당역 입구에서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그 기다림을 즐기는 모습에서 친구들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는 권 전회장의 따스함과 조총무의 몇몇 친구들에게만 거두었던 특별회비 각출에도 그 이유를 알면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여름산행

아마도 사계절 중에서 가장 힘든 산행 시기 일 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 지는 때약볕과 그로 인해 쉴새 없이 흘러 내리는 굵은 땀방울이 힘든 경사길이라도 만나게 되면 온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악산이라면 경기 오악 중의 하나로서 긴 암름 구간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계곡 산행이라면 모를까 뜨거운 태양과 마주치는 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여름 산행지로서는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닐 게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강회장은 연주대에서 서울대로 내려 가는 짧은 코스를 잡고 14명의 모처럼 많은 인원을 길게 줄을 세워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 들머리에서 숲속에 들어 서자 시원한 바람이 여름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곧이어 나타나는 능선길

결국 14명의 일행은 줄이 길게 늘어지고 쉬어 가는 간격은 점점 짧아지기 시작한다.

산행 도중 만나게 된 젊은 여성 산객

옷차림이며 뒤에서 보이는 자태가 섹시미와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고 중년에 접어 든 우리네 친구들은 그 모습에 무거워진 다리가 훨씬 가벼워진다.

그 모습에 함께 한 16반 친구가 금새 샘을 낸다.

그럼에도 그 친구를 둘러 싼 우리 친구들의 모습에서 남자들만의 투박한 산행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그녀가 고맙기만 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몇 번을 쉬며 올라 간 관악산 연주대 아래 옛 절터

오늘은 먹을 것이 별로 없다던 총무의 말과 달리 먹거리는 풍성하기만 하다.

경집이의 김치찌개

그리고 보금이의 족발과 그리고 몇몇이 가져 온 김밥 등

게다가 빠질 수 없는 막걸리와 맥주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전통 술과 또 하나의 양주

14명이 삥 둘러 앉아 나누는 정상에서의 만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상의 잔치로 바뀌어 있었고 한잔씩 돌려 대는 술에는 친구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하산길

계곡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벌어 지는 탁족에 더위에 지친 다리와 몸이 풀어 진다.

서울대로 내려와 마을버스에 오르니 잠깐이나마 졸음이 쏟아졌지만 이내 목적지인 마을버스 정류장과 찾아 들어 간 사우나에선 13명의 건장한 육체들의 거침없는 몸놀림이 쉽지않았던 산행의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장소를 옮겨 앉은 식당에선 조총무의 주도하에 이어지는 왁자지껄 웃음소리

충구의 멋진 건배제의와 또 다른 16반 친구의 방문에 뒷풀이 자리는 점점 더 신명나는 술자리로 접어 들어 가고 있었다…

나는 먼저 나설 수 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한번 더 이어졌다는 후문은 나를 더욱 아쉽게 만들어 버렸다…

한사람 한사람을 다 기억하고 싶지만 그 동안 산행에 나서지 않았던 친구들이 한명씩 합류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한다.

후석이가 그렇고 재화가 그렇다.

물론 강회장과 조총무의 노력이 그와 같은 친구들이 늘어 나게 하고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이 건강을 함께 나누는 길에 안내자가 되어 주기를 더욱 기대해 본다..

나 또한 최소 1년에 한번 이상은 참석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다.

고맙다..친구들아..

(산행 후 곧바로 휴가로 이어져 이제사 그 때의 느낌을 되살려 쓰느라..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 느낌을 함께 하고자 한다..물론 내글이 너무 길기만 해서 다들 지루하다고 하니 오히려 잘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사실..재화가 멋진 산행기를 올려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이런글은 많을 수록 좋지 않을까 싶어 나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