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 : 1.10(토) 영하 11도에 매우 추운 날씨가 될 것임. 

고민, 고민에 또 고민
이 나이에 너무 찬바람 오래쐬면 몸에 바람들어갈라!
그래 내일은 좀 집에서 할 일도 밀렸는 데 일이나 하자.

딱, 마음을 먹은 순간에 핸드폰이 띠리링~ 

‘재화야, 올거지?’
‘응, 그럼 가야지!’
내가 지금 성환이한테 무슨 말을 했지!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챙기고 집밖으로 나서니 찬바람이 쌩~ 

시간에 겨우 맞추어 홍제역으로 갔다.
추워서인지 아이들은 분식집에서 얼큰한 라면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있었다.
아침은 먹었지만 그래도 라면냄새가 좋아 대충 또 한 그릇. 

봉식이가 보냈다는 여행용 베개를 하나씩 받아들고 산으로 출발. 모양이 참 예쁘다. 이렇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선물도 덤으로 받는 것도, 동기들과의 산행이 주는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다. 다음 번에는 은행다니는 친구가 ‘현찰’로 선물을 준다는 소문도 있던데.

봉식아 잘 쓸께! 

라면탓인가?
한 10분 올라가니 슬슬 땀이난다. 성환이가 일행을 멈춰세우고는 옷을 하나씩 벗으란다.
너무 땀이 많이 나면 산에서 더 추워진다고.
아니 이럴 수가, 그 추운 날에 산에 가는 데 덥다고 옷을 벗어야 한다니.
두꺼운 등산잠바를 벗고, 안에 입은 등산옷을 벗으니 몸에서 수증기가 훅난다.
날씨도 괘청하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오늘 게으름피면서 집에 있었으면 후회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허훈이와는 가끔 만나는 데, 산에서 보니 더 반갑다.
얼마전에 허리를 다쳐서 등에 철심을 막았는 데, 벌써 배낭을 베고 산에 오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역시 요즘 의술이 발달하기는 했나보다. 산에 오르는 폼새가 정상을 회복한 것처럼 활달하다. 종이로 모형을 만드는 일을 하는 데, 에버랜드와의 계약이 거의 마무리지어지고 있단다. 오랜만에 듣는 좋은 세상 소식이다.

비봉이다.
지난 번에 왔다가 ‘진흥왕 순수비’를 보지 못했는 데, 이번에는 봐야겠다.나, 류영모, 허훈이 셋이만 비봉으로 올랐다. 순수비로 가는 중간의 그럴듯한 바위에서 셋이 한 컷.

다시 비봉꼭대기까지 가려니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영모는 그냥 내려가고 허훈이와 나만 아슬아슬한 바위를 지나 국사책에서나 보았던 진흥왕 순수비를 만져보았다.

 다시 내려와 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사모바위까지 갔나?
한달음에 사모바위까지 가보니 아무리 찾아도 없다.
갑자기 나를 두고 자기네들끼리 가버렸나 하는 섭섭함이 밀려온다.

성환이에게 전화하니 불통, 다시 영모를 콜.
비봉쪽으로 다시 오란다. 오던 길로 빠꾸.
거의 비봉까지 다시 가니 누군가 부른다. 능선 바로 밑에서 자리잡은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다. 하니가 따뜻한 미역국을 건네주니 비로소 내가 버림받은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우리의 등산은 하니가 있어서 더 따스하고 훈기가 돈다. 고마워요~
소주도 약간 곁들이다.

먹던 음식과 포장 쓰레기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하산시작.

조금 더 내려오니 승가사입구.
모두들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는다. 역시 성환이가 찍사.
그런데 성환이의 뒷모습이 뭉클하게 한다. 그의 배낭에는 우리가 먹을 점심거리가 가득하다. 산에 오르기 전에 멋모르고 들어보니 꽤 무겁다. 게다가 친구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기다 보니 그 무거운 배낭에 붕알이 두 개 더 달렸다. 네가 그렇게 희생하고 있었기에 이제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산에 기쁜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

성환아! 고마워.

하산을 하고 목욕탕으로 가니 물반, 사람반.
가을 산행때만해도 이러지 않았는 데, 추우니까 사람들이 산행후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가려나보다. 온탕에 앉아 있으려니 다리를 쭈그리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대충 씻고 나오니 옆에서 고승진이 거울앞에서 있다. 맨살의 엉덩이를 만져보니 아직 탱탱하네. 마누라가 좋아하겠어.

 먼저 나온 허훈, 이철희와 해장국집으로 갔다. 그런데 오늘 등산에 온 사람이 14명에 박원구, 조희건이 합류하고, 경일수가 먼저 갔으니 총 인원이 16명. 가장 추운 날에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이상해~

철희가 미리 와서 예약하지 않았으면 자리잡는 데 애좀 먹었을 듯하다. 그러고보니 사진에 철이얼굴이 없네. 비싼 사람은 아무데서나 모델료받고 찍는다고.....

다음 번에는 동기회 산행이 61회란다. 그 때는 산악회 초석을 만들어 놓은 김종대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