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한 낮에 문자를 받았다
수 : 수우가 갔단다
우 : 우리는 한참 남았는 데......... 

갈 놈은 가고, 남아있는 놈은 남는다.
네 놈의 부음을 받고 영정앞에 섰을 때,
통곡을 하면 남보기 창피해서 어쩌나 걱정이 앞서더라.

그래서 얼른 친구들한테 갔지.

낯익은 얼굴들,
그래 우리 엊그제 보았지.

그런데 내일 볼 수있을까?
웃는 얼굴들에 슬픔이 비친다.

맞아 녀석은 우리들에게는 끈적거리는 아교였어,
녀석이 없었으면 우리들의 모임이 한참이나 뒤에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정작 녀석의 삶은 푸석대는 밀가루였던 모양이다.
이 세상에 붙어있지 못하고 벌써 갔으니 말이다. 

영정 앞에 절하고 상주앞에 서니,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두 놈이 맞절을 한다. 

네가 삶과 죽음을 아느냐,
나도 모른다. 

창창한  네 앞에 펼칠 날이 아득한 데,
너의 방패막이는 벌써 사라졌구나.

어쩌라, 그게 너희 운명이거늘,
아비를 탓하랴, 세상을 탓하랴. 

아비도 닮지 말고, 에미도 닮지 말고,
네 모양을 만들어 갈 수밖에........ 

그저 바라는 것이라곤 네 아비의 영정앞에서,
허허 헛웃음지며 술잔이나 건네는,
적지 않은 친구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