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이라~, 좀 생소하지? 

요즘들어 우리들의 발길이 점점 넓어지는 것같다.
하남시에 있는 산이란다.
꽤나 멀것같은데 안암동인 집에서 출발하여 천호동에서 30-3을 갈아타니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교통이 참 좋아졌어.

약속장소인 하남의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친구들이 도착해있다.
희건이에게 회비를 2만원냈더니 등산복이 한 벌 돌아온다.
어~ 이거 남는 장사네......
요즘같은 세상에 그 돈으로 하루종일 놀고, 옷 한벌 챙겨가?
다음에는 또 누가 무엇을 준다더라.

산악회 기부 순서가 꽉 짜였다.

자동차하는 원구가 자동차를 기부한다고 하고,
골프 회원권하는 성환이가 회원권 기부한다고 하고,
인테리어하는 경락이가 인테리어해준다고 하고,
오인이는 증권회사 다니니 펀드나 주식을 줄 것이고,
규조는 베개하니 베개준다고 하고,
김법사님은 언제나 좋은 말씀으로 보시하고,
희건이는 마사회다니니 말 한필씩????? (마권말고~),
고승진이 뭘 줄지 애매하네, 잘 생각해봐라.

난 벌써 양말하고 책 몇 번 기부했다.
신발? 그건 좀 비싸서리.....
내년 이맘때 쯤 보고서.......(니네들, 내 신발받으려면 기도해라!)

아참, 누가 금은방하는 모양이데, 금한돈씩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데.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올 때마다 뭔가가 늘어나니 말이다.

가진 게 많은 우리들은 즐거울 뿐이고......

산에 들어서니 입구가 얌전하다.
널찍하고, 길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니 말 그대로 산책로이다.

바위도 별로 없이 부드러운 흙길이 계속된다.
김법사님 가라사대, 肉山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해서 오르막이기는 해도 이상하게 힘든 줄을 모르겠다.

조금 오르니 팔당역과 한강이 내려 보이는 곳이 있어 잠시 쉬었다.
눈이 확 트인다. 
그리고 좀 더 오르니 이번에는 운길산과 양수리가 한 눈에 보인다.
검단산을 오르는 재미중 다양한 모습으로 한강을 내려보는 게 제일의 재미일 듯하다. 

시내에서도 한강을 얼마든지 볼 수있지만, 검단산에서 보는 한강은 의외로 눈을 트이게 한다. 이런 경치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으련만 성환이는 멀찌감치 가버렸다.
일수야!, 네가 없으니 사진도 없다. 너 빠지지마!
아쉬운 대로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

정상 부근에서 잠시 휴식.
하니가 없으니 안주가 부실, 그렇지 뭐.
지난 번 수락산에서는 봉식이가 보내준 떡 한조각으로 때웠을 뿐이고,
이번에는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오이김치가 있어서 좋을 뿐이고,
슬러시처럼 알맞게 얼은 맥주에 막걸리가 시원하게 좋다.
알딸딸~~~~

내려오는 길도 역시 산길같지 않게 가볍다.
검단산은 오르기에도 내려오기에도 참 쉽게 느껴진다.

게다가 앞에가는 경집이와 성숙씨의 흠흠대는 코러스가 더욱 편하다.
아무래도 합창단이라서 그런가.성환이가 곁들이는 唱歌도 구성지다.
세 사람의 조용한 합창이 산속에 은은하게 퍼진다.
마치 화롯불앞에서 재잘대는 오누이들의 대화같이 다정스럽다. 

거진 내려오니 중부고속도로가 보인다.
계절의 변화에 둔감한 나에게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마다 초록을 보면서 아 봄이구나, 짙어진 녹색을 보면서 여름이구나, 단풍을 보면서 가을이구나, 산에 쌓인 눈을 보면서 겨울이구나, 하는 변화를 느끼게 하는 산이 이 산이었구나! 그게 검단산이었구나!
수없이 지나가보았고, 이름없는 산이었다고 생각했는 데, 이제야 나에게 이름을 가진 산으로 새삼스레 존재가 확인되었다.  

그렇게 산행을 마치고 음식점을 들르니 성환이는 벌써 웃통벗고 마당 구석에 있는 수돗가에서 등목을 한다. 역시 마당쇠는 육질이 좋아보인다.
점잖은 양반체면에 그리하지는 못하고, 세수를 하니 온 몸이 시원해진다.  

조금있으니 하남시 경동동문회 총무인 39기 후배가 왔다.
경동의 인연이 참 깊다.  

잠시후 하니의 출연!
모두들 와, 하며 반가워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밴댕이 회’를 꺼낸다.
또 와, 한다.
뭐야, 하니가 반가운거야, 아니면 밴댕이가 반가운거야.

오늘의 무용담!

오인이가 정부의 높으신 양반들에게 현 경제정책에 대하여 충고를 하면서, 한 수 가르쳐 주었다. 강만수 전 부총리의 동행이었다고 한다. 내려오면서 친구들간에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그 양반들이 감히 오인이의 말에 끼어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우리가 바빠서 헤어지게 되었는 데, 그 쪽에서 무척 아쉬워했다나......

 참, 오늘의 점심값은 이현이가 냈다.
아까 이야기했지.
다들 하나씩 기부하려고 한다고.

이현이가 은행이거든. 그러니 현금을 기부한 모양이야.

이현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