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이한테 목요일인가에 전화를 받았을 때 15명이라하더니만, 조금있다 다시 20명라고 한다. 와우!

이제 드디어 20명이 넘어가는 구마잉~

역시 뭐든지 역사와 전통이 있어야 해. 그나저나 토요일에는 등산가방이 무겁겠구만.......

아침에 일어나 등산배낭으로는 어려워 책 박스를 하나 따로들고 나섰다.

10분전 도착하니 몇 명되지 않더니만 9시정각이 되니 어느 새 20명이 다 되었다.

시간개념들이 칼이야.

어, 그런데 못보던 얼굴. 40기 김영채. 그런데 별로 영계같지가 않네.

하기사 같은 40대이니. 그렇지 않아도 39기 중 하나가 맨날 나보고 우리 산행에 끼워달라고 하였는 데, 원구가 선례를 만들었네. 그럼 나도 다음에 불러도 되겠네. 약 30기같은 39기니까 혹시 새로운 얼굴이 보이면 긴장하지 마라. 이러다가 36기 모임이 아니라 경동 전체 산악회가 되면 어떡하지. 걱정도 팔자다. 성환이와 희건이가 있는 한 우리는 일사불란.

수서역이 친구들 때문에 북적거린다.

옷들도 지난 북한산행때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현준이가 준 드링크를 힘차게 마시고 ‘출발!’하려니 일수가 잠깐!

‘사진찍어야지!’ 역시 일수가 있어야 되.

모두 모여 기념사진 한 컷.

그리고 초반에 올라가려니 종승이 왈,

‘이게 깔닥고개야?’ 아니 30미터나 왔나. 그런데 사실 그게 깔닥고개였다.

적어도 대모산에서는.

미처 시계를 보기도 전에 능선에 올라섰으니까. 대모산의 장점이라면 구롱산까지 이어지면서 그 능선이 길어서 마치 산책하듯이 즐길 수 있는 거지.

곳곳에 눈이 있지만 차가워보이지 않는다. 봄기운이 벌써 눈사이에 스며들었다.

가끔씩 부는 바람도 찹다기 보다는 차라리 미지근한 숭늉처럼 부드럽게 얼굴을 스친다.

그래 이제는 봄이야, 어느 새~

구룡산 정상 밑에서 레베카의 두부와 김치를 먹으려니 막걸리생각에 아쉬움.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우리는 구룡산과 대모산을 너무 무시했다. 산신령에 대한 예의도 없이 막걸리나 소주 한병없이 올라오다니. 가뜩이나 낮은 산이라고 그 흔한 막걸리나 소주한잔 뿌리는 사람이 없어 산신령이 우리를 얼마나 기다렸을 텐데, 우리마저 실망시켜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산길은 능선이 아닌 기슭을 따라 난 길을 따라 돌아간다. 아직 봄기운이 나무밑까지는 미치지는 못하였는 지 눈이 수푹하게 쌓였다. 비로소 아이젠을 착용하였다. 하지만 역시 겨울눈의 억셈이 느껴지지 않는다. 발밑에서 포드득하는 소리가 없다. 차가움이 없는 눈에서 차라리 포근함이 올라온다.

이미 차가운 허물을 벗겨진 산은 우리의 허물도 벗겨버린 듯,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주었다. 그저 부담없이 능선에서 기슭으로 앞에선 영모와 봉식이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새 4시간을 걸었다. (일설에는 해맸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몰라서 해맨게 아니라 그저 시간을 메우기 위하여 조금 더 걸었다는 설이 유력함)

영모와 봉식이가 준비했다는 진수성찬을 먹기 위하여 산행후 좀처럼 없던 지하철로 이동. 가락동에서 내려 간단히 씻고, 가락시장으로 모두들 가보니 이미 광어, 방어가 이미 목욕재개를 하고 반듯하니 본 모습을 버리고 접시위에 누워있다. 철원이는 변신한 고기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그 갸륵한 정성을 기려준다. 아는 것도 많고, 마음씨도 착하지.

이제 우리의 모임은 속닥하니 모여서 경집이의 법어를 들으며 곡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떠들썩하니 왁자지껄해졌다. 그건 그 대로 맛이 있고, 이건 이 대로 맛이 있는게지. 아마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점점 더 왁자지껄해지겠지.

그렇게 우리의 춥지 않은 겨울 산행을 마쳤다.

그런데 성환아!

레베카랑 벗기러 간다더니 너도 많이 벗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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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사리 때문에 껨값 네가 냈다고......

그러기에 학교다닐 때 잘 다녔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