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가능한 우리들

아침에 비가 오네.

좀 많이 오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산에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으나, 모임장소에 가면 분명 우리의 회장님은 계실 것.

그럼 최소한 비 때문에 올라가지 못할 지언정 친구들과 막걸리는 할 것이라는 예측.

결국 별 고민없이 집을 나선다.

성대앞에 가니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의심없이 나온 친구들이 있다.

출발하려니 비가 제법 세게 내린다.

오늘 우리가 갈길이다.

성대 정문에서 캠퍼스를 지나 와룡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또 길을 간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산로가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빗속에 같이 걷는 즐거움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 시내에 이렇게 깊은 숲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이다.

게다가 걷기 좋으라고 길을 잘 정리해놓고, 곳곳이 나무계단이다.

비만 오지 않으면 이 계단을 지나 보이는 탁자에 앉아 놀며 계곡물에서 발도 담그고 싶을 정도로

풍광이 좋고 물소리도 좋다.

이 좋은 길이 지난 40여년동안 사람이 못 다닌 이유는 김신조가 왔다 갔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름하여 ''''김신조루트''''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의 흔적이 바위 속에 콱 쳐박혀있다.

다시는 저런 일이 벌어지지 말기를......

하늘마루에서 간단하게 간식.

지난 번과는 식사량에서 극과 극.

승진이가 없었으면 모두들 물로 때웠을 것이다.

고승진제수씨, 우리 모두들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게 먹기도 하고,

때로는 다리밑에 사는 사람처럼 먹기도 하는 우리들의 등산이지만,

그래도 즐겁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불어도,

우리는 여전히 때가 되면 만나서 할 일을 한다.

그리고 머지 않은 날,

이 사진속에 보이는 우리들의 학교에서 또 모인다.

어느 새 졸업한 지 30년.

잠자리는 공룡시대때부터 저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데,

고작 30년이 지난 우리는 분명 저 잠자리보다는 많이 변해있겠지.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당분간은 변함없이 해야할 일이 있다.

세상에 뭔일이 나도 산행은 계속 매주 2째주 토요일에 한다는 것과,

10월 9일에 30주년 행사를 한다는 것과,

35주년, 40주년, ...... 혹시 100주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