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역을 거쳐서 남한산성을 갈 때마다 ‘참 이 역은 특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네 한 가운데, 그 것도 큰 길 대로변이 아닌 뒷 골목에 지하철 종점이 있다니!

아침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더니 막상 마천역에 도착하니 제법 눈발이 세다. 밖에서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역안에서 기다리기도 하였다. 멀리 안동에서 권오균이 왔다. 매번 일부러라도 일을 만들어 와주는 그가 고맙다. 지난 달과는 달리 이 번달에는 친구들에게 참가여부를 모두 확인하지 못해 몇 명이 올지 몰랐다. 9시 50분전까지는 나하고 한두명. 그래 추우니 오늘을 많이 오지 못할 거야. 그리고 지하철이 한 대 더오니 10명, 10시 5분되니 거의 20명. 참 대단하다. 이제 기다릴 사람은 박병주, 이철희, 권철순과 어부인.

박병주, 3년만에 등산회에 재등장. 그래 골프장에 눈이 오면 박병주를 기대하면 되겠구만. 기다리는 동안 조희건이 마련한 녹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희건아! 네가 일을 시작한 것은 좋지만, 친구들이 산에 같이 못가서 아쉽구만.

올라가는 길에 막걸리가 있어야 할 것같아 몇병을 살까 고민하는데, 박병주(바가지 병에 들어 있는 술)가 7병하고 외친다. 그래 7병. 자, 이제 올라가자. 산을 올라서는 데 친구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덧 36회 등산모임도 대부대가 되었다.

슬슬 올라가면서 김경집법사님이 내 앞에 간다. 김법사의 설법은 항상 살이 되고 피가 된다. 그렇게 슬슬 올라가다 보니 어느 새 성곽에 올라왔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기념사진.

산성에 오르니 벌써 12시반. 모두들 점심을 먹자고 한다. 밑에서 사온 막걸리에 레베카의 정성이 담긴 미역국, 종대의 컵라면, 경집이의 주먹밥. 그렇게 먹으려니 바람이 차고 가벼운 눈발마저 날린다. 자리를 잘못잡았나? 갑자기 바람이 찹다. 몸은 벌벌 떨지만 입은 따듯하다. 그렇게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하산.

목욕탕에 들어가니 몸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녹고, 금새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이 재미도 등산하는 재미중의 하나지.

희건이의 가게에 오니 의정부에 사는 박욱이 와있고, 이광진이 와있다. 산행에 미처 참가하지 못했어도 뒷풀이라도 같이하려고 왔단다. 만성웅은 군대갔다가 휴가나온 아들하고 올까하더니만 이번에는 공수표를 날렸다. 다음 번에는 꼭 와라!

뒷풀이의 최고 주제는 역시 광진이의 모교 교장공채 지원. 지금까지의 경쟁률은 3-4대 1이 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우리로서는 광진이가 경동교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을 수없다. 본인의 경력, 능력 뿐만아니라 학교에 대한 열정이 강하니까.

그렇게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어느 새 밥상이 가득찼다. 보기에도 먹음직. 새해 첫 산행은 남한산성에서 시작해 희건이네 집에서 광진이의 학교에 대한 사정을 안주삼아 마무리했다.광진이가 경동교장이 되는 날, 그 날은 우리가 다시 모여 축하해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