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우리들의 청춘과

가슴설레게 했던 그 소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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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중년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우리들의 청춘과

가슴설레게 했던 그 소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인연을 버리고 그저 추억만 남기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우리가 지냈던 소년은

청춘의 고독과 함께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우정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아스라한 청춘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갔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술병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아직은 초롱초롱한 친구들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낭만주의적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쾌활했던 청춘의 목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청춘의 의미를 붙잡고

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수 많은 고통을 지난 청춘들은 모두를 잊고

다 같이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雜誌)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되새겨야 할 그 무엇이 그리도 많아서 우리는 만나야하는 것일까

추억은 가슴에 남아 있고,

그 때 운동장의 농구공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우리에게 더 마시라고 술병 속에서 목메어 외치는 데.....

그래,

가을 바람 소리를 들으며,

땀도 흘러보고, 부딪쳐가며 술 잔위에서 외쳐보자.

그래, 친구는 좋은거야~~~~

22일(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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