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국정치경제학

한국과 중국 양국 정상이 한국의 국내 절차가 끝나는 대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키로 9일 합의했다. 양국 간 FTA 논의는 2004년 9월에 시작돼 이미 산·관·학 공동연구를 포함한 각종 협의와 논의를 거쳤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의 심화 추세와 농산품 등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피해가 우려돼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유럽연합(EU)과 FTA를 진행하면서, 한미 FTA를 비준하자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국이 양국 교역량이 2000억달러가 넘었고, 2015년에는 3000억달러 달성을 합의할 정도로 폭발적인 상황에서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한국은 중국의 기존 FTA 파트너들과 비교해 규모나 체제 면에서 선진적인 제조업 국가이므로 매우 매력적인 경제 파트너다. 중국은 한국과 FTA 협정을 체결하면 자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권 구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지역안보 전략 차원에서도 한국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저지한다는 차원에서 한미 FTA 추진으로 더욱 견고해진 한미동맹 구조를 한·중 FTA를 통해 한국을 자연스럽게 중국 쪽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선언한 일본에도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한·중·일 FTA 추진에 대한 촉매 작용과 미·일의 대중(對中) 봉쇄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중 FTA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미·중 경쟁, 중·일 헤게모니 다툼과 연계된 다차원적 사안이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아시아 전략과 FTA 전략 모두에서 한·중 FTA가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한·중 FTA의 추진은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먼저, 가장 가까운 중국 시장이라는 거대 경제권의 무역장벽을 제거해 교역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또한 중국과의 FTA 추진을 통해 최근 소원해진 중국에 대한 소통 강화 전략의 지렛대를 삼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도 있다. 이는 당연히 북한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과의 FTA를 통해 북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FTA는 교역 확대 차원에서는 커다란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긴 하지만 그 추진 과정은 매우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협상을 2단계로 나눠, 우선 한국의 민감 분야인 농수산물 분야와 품목에 대한 협의를 끝낸 후 공산품 등에 대한 논의로 진척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의 우열 분야가 비교적 뚜렷해 피차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국가 주도의 정책경제가 지배하는 불완전한 시장국가다. 따라서 국제관례에 따르지 않거나, 미비한 법적 정비 그리고 정치적이거나 지방적인 특색이 ‘중국적’이라는 이름을 통해 자의적으로 표출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불확실한 부분을 철저히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한·중 FTA는 또 다른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중 FTA 체결의 당위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성과에 급급해 핵심을 놓치면 국익이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대중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민감한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양보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한·중 FTA는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