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동기들이 모이는 모임은 처음이었지.
몇몇 아는 사람만 아는 나로서는 흥분이 되더라.
같은 반 친구도 졸업후 처음 본 친구도 있었고..
순식간에 몇잔을 걸치고 나니 취한 듯하여 찬바람을 쐬려고 잠시
밖으로 나왔을 때였지.
누군가가 나를 아는 척하였어.
그런데 난 취해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
갑자기 발생한 익숙치 않은 상황.
두세마디로 끝나버린 어색한 대화.
그는 다시 들어가버렸고, 난 여전히 당황했지.
얼굴도, 이름도 묻지 못한 채.
동문회가 끝나고 아직도 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난 여지껏 작은 한계를 살고 있었고,
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그를 기억하지 못한 것은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와 반갑게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는 충분히 나를 맞아들였슴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그저 뭔일이 나면
집속으로 들어가버리는 난 달팽이라는 생각이
여지껏 나를 고민케 하였다.
미안하다. 친구야!
다시 보면 소주 한잔 하자.
니가 거하게 한 잔 살께.
재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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