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 지고 있음을 느끼며 집을 나선다.
늦잠을 잔 까닭에 약속시간보다는 조금 늦었다.
수락산 석림사앞 좁은 주차장엔 반가운 이들이 환한 얼굴로 반겨준다.
성이사님과 한석이 그리고 평상시 나오지 않으시던 사모님까지…
게다가 금년 들어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김부장님과 강차장네 내외까지
그래서 오늘 산행은 전부 8명이다.
석림사에 계시는 비구니 스님 한 분이 기골이 장대하게 보이는 진돗개를 데리고 아침산책을 나왔다.
산사와 진돗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수락산의 아침풍경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전날 비가 내린 까닭인지
그리고 생각보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음인지 산오름길이 살짝 얼어 있다.
오름길과 함께 계곡을 덮고 있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는 차가운 아침공기를 더욱 시원스럽게 해준다.
한석이가 늦는다..아니 어쩌면 오랜만에 나오신 한석이의 모친께서 늦으시는 게다.
아무튼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도 몸에선 점차 더운 기운이 올라 온다…
가파른 계곡길 보다는 조망이 좋은 능선길이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란다.
게다가 한석이가 나온 날이면 어김없이 바위 타는 맛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후환(?)이 두렵다.
능선길 작은 암릉에서 휴식을 취하며 바라다 보는 도봉산의 자태가 오늘따라 그지 없이 멋스럽다.
사패산에서 시작한 도봉산의 길다란 능선과 그 중간중간에 쏟아 오른 봉우리들 그리고 북한산으로 이어 달리는 모습이 시원하다.
그런 멋진 조망을 해가며 능선길을 올라 서자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친다.
길이 조금 더 미끄럽다.
마지막 달음질을 치자 바로 앞에 637미터의 수락산 주봉이 나타났다.
천천히 올라 왔음에도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아마도 원래가 그렇게 낮은 산인 모양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힘들었던 곳인데..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바람을 피해 조금 아래로 내려와 늦은 성찬을 하였다.
막걸린지 동동준지 대전에서 공수된 술이 맑은 색깔마냥 목을 타고 넘어 가는 맛이 부드럽다.
초장이 있었다면 딱 어울렸을 참치회가 주인장을 원망하며 통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언제나 함께 해 왔던 김치전과 두부 그리고 반숙의 찐계란이 컵라면과 함께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알딸딸한 술 기운에 소주 한병이 갑자기 튀어 나온다.
그것마저…그리고 커피마저…게다가 입가심으로 사과마저 해치우고서야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다들 아이젠을 했지만 나만은 그냥 내려 갔다.
그러나 나의 자만심은 다 내려와 계곡의 작은 바위 위에서 보기 좋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주변의 등산객들이 재미 있다고 환하게 웃는다.
그들이 웃어 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즐겁지 않은가..
그들과 내가 함께 될 수 있다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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