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하늘 위를 시커멓게 덮고 있는 죽음의 띠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검디 검은 죽음의 띠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주말마다 산을 올라가게 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일겁니다..
일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휴대폰에서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서도 일어나려 하지 않는 육신과 10여분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일으켜 세운다..
전날 몸이 좋지 않아 힘들어 하던 집사람에게 산에 올라갈래 하며 넌지시 물어 보자 가겠단다.
솔직히 하루 정도 빠지고 싶은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던 내 머리 속은 예상을 빗나간 대답에 말끔하게 정리된 셈이다..
물을 끓이고 김치를 썰어 반찬통에 넣고 하자 대충 배낭이 꾸려 진다.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 소파에 기대 찰나의 잠을 청해 보며 컨디션을 조절해 본다.
오늘따라 나올 사람이 적다.
동기산악회는 총무마저 빠지는 바람에 지난달에 이어 또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상계산악회 멤버들과 함께 하기로 했지만 오늘따라 사정이 있음인지 차회장님 내외분과 류차장만이 나와 5명뿐이다.
미봉이 보고 싶어졌다.
짧지만 산의 모든 아기자기함을 갖추고 있는 북한산의 작은 봉우리..
겨우내 그 산을 비워 두었던 내 가슴은 조바심으로 요동질을 치기 시작했다.
봄이 오고 있음인지 겨울 자락이랄 수 있는 잔설도 보이지 않는다.
미봉 들머리에 있는 어느 카페의 분수대를 감싸고 있던 커다란 얼음기둥도 다 녹아버렸음인지 보이지 않는다.
공기도 가벼워 숨쉬기도 편하다.
그렇게 가벼이 몇 걸음을 갔을 뿐인데 용덕사와 선운사의 갈림길이 나오며 본격적인 소로길이 시작된다.
명상의 집을 우측으로 끼고 오르는 능선길엔 오랜만에 반겨 주는 낯익은 나무들과 바위들이 오랫만에 찾은 우리를 반겨 주는 것만 같다.
그래 미봉은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는 거야 라는 독백을 혼자서 되내이며 뒤에서 힘겹게 오르는 집사람과 사모님의 오름길에 보조를 맞추며 얼마간을 오르자 그렇게 기다려 왔던 드넓은 마당바위가 영봉과 미봉사이의 계곡 위에 떠 있는 듯이 우리를 반긴다.
영봉으로 곧게 뻗어 오르는 능선길 중간에 튀어 나와 있는 암릉 위로 헐벗은 듯한 작은 나무가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며, 미봉 능선의 사면을 따라 전개되는 작지만 멋진 산세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곳 마당바위는 우리에게 더 이상의 전진을 주저하게 만들곤 한다.
또한 여름이면 쏟아지는 땀방울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올라와 풀썩 드러누워 바라다 보이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은 우리의 눈을 통해 가슴 속으로 깊이 깊이 박히곤 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그곳 마당바위에서 지친 몸에 물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 우리는 잠시간의 여운을 가슴으로 느끼고서야 얼마 남지 않은 미봉을 향해 나머지 오르기를 계속한다.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암릉을 오르고 바위와 바위사이의 작은 틈새로 몸을 웅크리며 올라 서다 보면 어느새 미봉의 힘찬 암릉밑에 서 있는 우리를 보게 된다.
그리고는 황톳길인지 자갈길인지 구분이 안되는 작은 마지막 소로길을 올라서고 마지막 바위지대를 지나면 코리끼 바위가 보이는 미봉 정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확 트인다.
바로 앞에 오봉이 고려군의 장군처럼 버티고 서 있고 그 뒤로 사패산이 장군들을 보위하 듯 서있다.
도봉산의 자운봉, 북한산의 영봉과 그 뒤로 인수봉이 작은 봉우리 미봉을 감싸고 돈다.
그 곳곳엔 봄을 시샘하는 잔설들이 남아 아직은 겨울임을 시각적으로 되새기게 한다.
그 멋진 조망속에 나누는 늦은 성찬
그 무엇이라도 맛있을테지만 오늘은 차회장님댁에서 직접 말려 가지고 온 육포가 나온다.
막걸리 한사발과 육포
그리고 컵라면과 곶감
언제나 그렇듯 포만감을 느끼고서야 뒷정리를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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