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북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산은 역시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정도 일게다.
그리고 우린 다른 산의 존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고 또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때 부터인가 다른 산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고 몇 번인가 다른 곳으로 산행을 가기 위해 노력도 해 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하여간 우린 벼르고 벼르던 타 지역 산행을 시작한 셈이 되었다.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이 바로 그 첫 산행지가 되었다.
(2년전인가 갔었던 춘천 삼악산이 먼저일 수 있으나 그때만 해도 타지역 산행이라는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남시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의 이면도로는 산행에 온 것으로 짐작되는 차들로 이미 꽉 들어 차 있었고 등산로는 아침 일찍 나선 등산객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사실 조금은 놀랐다.
산과 관련된 여러 사이트에서도 그리 크게 소개되어 있지 않은 산인데…
아마도 서울 동남부 지역과 하남시 등 지역 산악인들에겐 무척이나 소중한 산인 것 같았다.
차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등산로는 남자들 네 명이 횡으로 넓게 서서 걸어도 충분했다. 그런 길을 따라 우린 지난 이야기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등산로는 가파르게 변했고 땀이 뽀송뽀송 쏟아 오를 즈음 유길준(조선 최초의 도미유학생이며, 개화기 정치가)의 묘가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꼬맹이 한석이가 아직 몸에 시동이 안 걸렸는지 뒤쳐지고 있었기에 묘지 옆에 있는 작은 샘물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잠시 쉬며 정렬을 정비 한 우리 일행은 그때부터 소로길로 바뀌는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산의 전체적인 모습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지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음인지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가지치기가 되어 있어 나뭇가지들은 여기저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흡사 작은 야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어느 샌가 능선 길을 타고 있었고 왼편으로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껍게 내려 앉은 안개는 팔당호와 옛적 두물머리로 불리던 양수리가 만들어 내는 멋진 조망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산 정상에 서면 팔당호 주변의 시원한 경관이 일품이라는 그 곳에 대한 그림을 미리 머리 속에서 그려 보았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거대한 진공청소기라도 있었다면 하는 괜한 억지가 마음속을 휘젖고 있을 뿐…
그리고 이어지는 기나 긴 능선길은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었다. 다만, 중간쯤부터 암릉으로 되어 있는 등산로가 그 지루함을 조금쯤 달래고 있을 뿐이었다.
능선을 넘어 가며 불어 오는 바람이 차갑다.
아직도 봄을 시샘하는 차가운 바람이 이곳엔 남아 있었다.
봄볕에 이그러진 진창난 등산로길은 찬바람에 그대로 얼어 붙어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조금 더 오르자 거기엔 아예 얼음과 녹지 않은 눈길이 아이젠 없이는 감히 오르지 못하게 하였다.
뒤늦게 시동이 걸린 한석이가 어느새 쫓아 와 있었기에 내 아이젠을 채우려 했지만 내 발에 하던 아이젠이라 너무 헐거웠다..조정도 안되고 한석이 아이젠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을 기다릴까 하다 그냥 올라 가기로 하고 둘이 모두 맨발로 조심조심….
한석이는 재미있는 모양인지 잘도 올라 간다..이런 넘어지기는 내가 넘어지고 말았다…
겨우겨우 힘든 얼음길을 헤치고 오르자 다시 흙길이 나온다…
그리고 금새 정상..
정상석이 없어 이곳이 정상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더 이상 오를 곳은 없었다.
그때까지도 두껍게 깔려 있는 안개는 걷히지 않고 있어 그렇게 멋지다던 팔당호의 모습은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으로 남겨둬야만 했다…
넓은 정상엔 길다란 의자들이 몇 개인가 있었고 먼저 온 등산객들의 쉼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늦은 만찬을 하기엔 이런 의자가 제격일 것 같은 마음에 금새 일어설 것 같은 일행 옆에서 일어 서기를 기다려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그제서야 일행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다란 의자를 식탁삼아 배낭에서 꺼내 진 컵라면과 계란, 감자떡과 두부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맛난 떡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동동주까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며 웃는다.
우리가 생각해도 먹으러 온 건지 등산을 온 건지 모를 정도로 푸짐하다.
꾸역꾸역 들어 간다.
하산길
반대편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출발지로 회귀하기로 하고 계곡길인 듯한 또 다른 등산로를 하산길로 택했다.
급경사에 미끄러운 얼음 길
줄을 잡지 않고는 한발도 내디디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집에 돌아 와서 보니 팔뚝이 아팠다.
그런 급경사길이 끝나자 다음부터는 그런대로 평탄한 길이었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 올라왔다. 아마도 북한산보다도 많은 듯 보였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 왔을까…동동주를 먹은 때문인지 좋지 않은 신호가 뱃속에서 울려 대기 시작하였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아무리 내려 와도 보이지 않는다.
다리가 꼬인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쯤 마을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음인지 전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결국 난….
검단산을 오르는 도중에 본 쇠말뚝에 쓰여 있던 문구가 생각난다.
생태도시 하남 Eco-City
하지만 검단산을 가꾸기 위한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몹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 검단산에 대하여…]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은 예봉산과 함께 팔당계곡을 만든 산이다. 산 정상에서 팔당호주변의 시원한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이 일품이다. 홑산으로 하나의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검단산은 검단산(657m)-고추봉(566m)-용마산(597m)을 거쳐 광주북쪽까지 길게 이어진다. 검단산은 육산이면서도 옹골찬 산세와 산행내내 팔당호의 탁트인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최근에는 백제때 동명제를 지내던 제단이 발굴되어 더욱 그 명성을 얻고 있는데 백제 때는 외침을 막는 요새로서의 역할도 컸던 곳이다. 해발 650m의 산으로 일일등산 코스로도 서울근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산이다.
산행 초입은 잡목이 우거져 야산의 느낌을 주지만 중간쯤 오르면 어느 산 못지않게 뛰어난 숲과 아름다운 풍경, 고사목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정상은 넓은 공터로 사방이 확트여 있고 팔당댐은 물론,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 지점인 양수리 일대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예봉산, 운길산, 도봉산, 북한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가을에는 정상일대와 능선 곳곳에 억새풀이 출렁이는 풍경이 일품이어서 억새산행지로서도 적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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