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발걸음을 빠르게 굴리며 친구들이 가득 들어 차 있을 그곳을 향해 달음질친다.
퇴근하는 사람들과 출근하는 여인네들이 뒤섞여 오르는 지하철 출구계단에는 부슬비에 젖어 흐르는 분냄새와 도시의 내음이 질펀하게 코를 통해 뇌를 때린다.
경복궁부풰..
입구에서 반기는 친구들과 이미 술잔을 기울이며 식사를 하고 있는 많은 친구들..
벌써 몇번을 참석해 왔지만 오늘도 처음 보는 듯한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음악이 흐르고 그속으로 우리들의 말소리가 파묻혀 들어가즈음 식이 시작된다.
하기사 식이랄 것도 없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너무 싱겁지 않은가..
누가 뭐라든 그리고 식이 진행이 되든 말든 나는 우리반 친구들과 그간의 안부를 묻고 술잔을 부딪히며 뿌연 담배연기를 뿜어 댄다.
넓게만 여겨졌던 그 지하공간이 친구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조금씩 달아 오른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 받고 술잔을 주고 받는 사이에 우리는 어느새 20여년전 그 흑백사진속의 친구들로 돌아가 얼굴의 주름살을 털어내고 흰머리를 뽑아 내고는 과거로 과거로 되돌아 가고 있었다.
덕영이의 사회로 여흥이 시작된다.
노래 못하는 놈들이 없다.
좋은 모양이다.
노래에 맞쳐 춤을 추는 놈들이 하나 둘 무대를 휘젖는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흥겨운 자리에서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그 모든 장면을 희미한 웃음으로 받아 담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는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이 술기운에 흐릿해져 가는 머릿속을 파고 들어 온다.
보고 싶은 친구들…
친구들아…
우린 어제 또 즐겁고 흥겨운 자리를 할 수 있었단다.
함께 하지 못한 너희들도 언젠가는 함께 할 수 있을꺼란 작은 소망이 비록 술과 노래와 짧은 이야기뿐인 자리일지라도 또 나오게 하는 마약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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