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의아니게 3일동안이나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안에서 보면 바람에 물결이 움직이고, 저 편 건너에는 숲이 보인다. 숲 사이로는 동화에나오는 집들이 간간이 흩어져있다. 눈이 보이는 곳까지 쳐다보아도 깨끗함이 그대로이다. 집근처 산에서 서울을 쳐다보면 뿌연 스모그로 멀리 보지 못하는 것과는 정말 다른 세상이다. 지금은 해질 녘이라서 황금 빛 태양이 세상을 비추고 있고, 그 풍경을 난 무려 3일동안이나 보고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같이 있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어쩌다보니 세상에서 떨어져 나와서 이 한적한 호숫가에 홀로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 핸드폰마저도 두절되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여뉘 때같으면 마약쟁이가 마약을 못먹으며 손발을 떠는 것같이 마음이 떨려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가지려고 포기하면 이렇게 되나. 산 중에서 사는 스님들의 편안함이 이럴까.
너무나 한가해서 한자 적을려고 컴퓨터를 틀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마저도 고즈넉해서 가슴을 한층 더 내려놓는다.
여기는 서울이 아니지,
어! 지금나오는 나오는 음악은 “all for the love of a girl"
중학교때 처음배운 팝송이자 지금도 끝까지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노래.
그러고보니 나를 스쳐갔던 무수한 여인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여인들은 나를 기억도 못하겠지.
누구 때문에 이 노래를 배우게 되었는 지도 가물가물하다.
다음 음악도 사랑이구만.
밖을 보니 섬한가운데 풍차가 보이는 구마.
그런데 돈키호테가 없네.
심정적으로 참 나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 데, 오늘은 보이지 안는구만.
섭섭하이.
담배한대 필까.
아직도 담배를 피는 난 정말 독한 놈인가.
끊을려고 스트레스받느니 차라리 편하게 피고, 편하게 가면 되지.
그럼 누굴까?
날 기억해줄 이가?
아참, 아무도 살아있지 않겠구나.
모조리 먼저 갔을 테니까.
너무 오래사는 것도 몹쓸 일이라니까.
이렇게 혼자 있는 데, 아무도 키스해달라고 오지 않는 외로움.
이럴 때는 BESA ME MUCHO하고 싶어.
여보 마누라 어디있어.
어쩌면(QUISAS) 오늘 밤 꿈에서 볼까.
내일 아침이면 어둠속에서 고운 해가 깃을 치면서 떠오를까.
그 앳된 얼굴이 기다리면서 다시 호수를 본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가 아닌 석양을 본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난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지쳐 잠들면 오늘 밤에 어느 여인이 오겠지.
본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지만.
과거 어느 해 만났던 것같은 그런 이미지였으면,
물거품처럼 지나간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그런 사람.
진짜 그런 꿈이라면, 내일이 오지 않기를.
가까운 곳에 다방이라도 있으면 가서 커피나 한잔할까.
아주 벽에는 농부가 석양에 소를 몰고가는 그림이 걸려있고,
짙은 색소폰소리가 퍼지면서, 담배냄새가 독하게 퍼져있는 그런 다방.
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낭만적이야.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하거든.
하늘이 내게 이런 마음을 준 것은 사랑이야.
해바라기는 역시 날 잘알아.
따람, 따람....
땅거미가 본격적으로 내려앉는군.
고등학교때 철없는 놈들이랑, 연안부두에서 술먹고 부를 때가 생각나네.
졸업식때였나.
이제 난 이 창을 좋아할 것같다.
그 철부지들의 가슴이 이제는 비어가고 있겠지,
그 때는 술 잔을 나눠마셔가면서, 꿈꾸듯이 얘기를 나누었건만,
요즘은 멀쩡한 정신에 전화하기도 힘들다.
서울가면 녀석들을 오랜만에 만나야지.
이제는 장난감을 사주자마자 부셔버리는 아이를 보고 즐거워하고들 있지.
성보야! 보고싶구나.
네가 아느냐, 널 보고싶어하는 이 아비의 마음을.
그래도 난 널 사랑할 수있어서 행복하다.
언젠가 네가 날 떠날 지라도, 난 항상 널 생각할 수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겁도 없이 세상에 뛰어들었을 때,
야망은커녕 저 하늘마저 나를 외면하지는 않았나 하는
두려움을 가졌을 때 하늘은 너를 선물했다.
이제 내 생애에서 봄은 갔지만,
내가 가졌던 모든 상처는 너로 하여금 지워졌다.
이제 누가 보아도 나의 인생은 슬프지 않다.
너와 지날 날이 남아있으니,
너를 위하여 팔베개하고, 따스한 체온을 느끼니,
내가 이 세상에 영원히 남아있음을 그 누가 의심하랴,
잠시 밥먹고 와야지.
어 달이 떳네
그런데 마치 손에 닿을 듯하구나.
호수에 비치는 달빛이 환상적이다.
보름달이지만 너무 환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다른 세상에서 스며드는 빛같다.
북두칠성이 바로 위에 있다.
여기가 북쪽이어서 그런가.
밝은 달빛에도 머리에 부딪칠 것같이 가까이서 보인다.
머리위로 지나가는 반딪불같다면 지나친 과장인가.
바람이 차다.
호수 저 편의 불빛이 따스하다.
이제는 자야할 시간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편안한 밤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노구를 이끌고, 먹고 살기위하여 참 애많이 썼다.
힘들었지.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라.
자~~
마지막으로 힘한번 더 써볼까!
무거웠다고.
ㅎ ㅎ ㅎ
잘들 자거라,
친구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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