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란 불시에 찾아 오는 법
처음엔 당황스럽고 모든게 낯설기만 하더니 이젠 제법 병원 생활도 익숙해진 상태다.
그리고 회사생활도 일상생활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 가 있었다.
그러나 주말 산행만은 아직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함께 하지 못하고 있어 산우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번 일요일 역시 평소대로라면 산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병실에서 간병을 자처하고 익숙해진 솜씨(?)로 고통스러워 하시는 아버님의 얼굴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가래를 석션하고 있었다.
마음은 산에 있으면서…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있던 나...
불현듯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난 갑자기 배낭을 싸기 시작했다.
컵라면과 김치를 넣고 먹다 남은 오가피주와 골뱅이까지 빠짐없이 찾아 넣은 난 2시가 조금 안되어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탔다.
겨울 오후에 시작하는 산행이라 길어지면 안되겠기에 수락산을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수락산역에서 하차 부지런히 산을 향해 걸어 갔다.
수많은 사람들...
올라가는 사람은 이제 한산했지만 내려오는 사람들로 가는 길이 자꾸 막힌다. 계곡길에 늘어 서 있는 음식점엔 하산 후 막걸리로 텁텁해진 목을 축이는 이들로 어디든 한가득이다.
야영장까지 가는 길에도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병목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샛길로 옆길로 비켜가고 앞질러 가고 피해가며 다람쥐처럼 손쌀같이 뛰어 오르는 솜씨가 내가 생각해도 제법이다.
야영장에서는 산을 깨끗이 하자는 취지의 열린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허연 턱수염을 기른 어떤 사회자를 중심으로 둘러 앉은 사람들…열띤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랫가락이 수락산의 치마자랏을 흔들고 있었다.
곁눈질로 지나친 나는 급하게 달려 왔는지 다리가 뻐근해 지기 시작했지만 무시한채 계속해서 올라 갔다.
약수터 너럭바위를 점령하고 앉아 있던 사람들 틈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깔딱고개를 단번에 넘어선 후 본격적인 암릉지대로 들어 섰다.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과 얼음들이 바위틈과 잘 다니지 않는 곳에 깔려 있어 여간 조심스런 것이 아니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오르고 또 오르고 나홀로 산행의 또 다른 묘미라면 역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내 페이스로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 일게다.
그래서일까 철모바위를 조금 남겨 둔 커다란 바위자락 밑에서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든다.
짧다는 것 하나로 거의 속도를 냈지만 역시 무리는 무리다.
하여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올라 선 철모바위
오늘 따라 막걸리를 파는 비닐텐트 속에 사람들로 가득이다…
흉이라도 볼라면 볼수도 있겠지만 정겹게만 느껴진다. 나도 그 속에 뛰어 들어 막걸리 한사발 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나지만 꾸~욱 참으며 주봉으로 그대로 직행
주봉에도 오후의 한적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봉 바로 아래 가끔 찾는 작은 바위 위에 어떤이가 시무룩히 앉아 있다.
같이 해도 괜찮을성 싶어 미안합니다 하며 바로 옆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체온 유지를 위해 배낭속에 구겨 넣었던 자켓을 꺼내 입은 후 주섬주섬 배낭에 넣었던 것들을 꺼내 놓고 옆 사람에게는 커피를 권했다.
컵라면에 물을 부은 후 오가피주와 골뱅이로 식어 가는 몸을 데우려고 했지만 차가운 겨울바람엔 역시 역부족
옆 사람에게 한잔 권했지만 딱 한잔만 하고는 사양한다.
먹다 남은 반 병이었지만 꿀맛이다. 어느새 꿀꺽꿀꺽하다 보니 더 이상 먹을 술이 없다..
아쉽기도 했지만 얼음으로 깔린 미끄럼길을 내려 가려면 더 이상은 무리여~ 라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꿀맛 같은 컵라면을 후다닥 해치우고 거기에 뜨거운 커피까지 한잔 하고 나니 햐~~~~
내려 가는 길은 사람이 한적한 장암으로 하는게 나을 듯 싶었다. 물론 수락산코스 보다는 조금 더 빙판길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나을 듯 싶었다.
역시 사람은 없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한 팀을 만났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적당한 지점에서 추월을 하고 나서야 난 내 마음대로 그리고 내키는데로 산을 내려 갈 수 있었다.
계곡이 보이는 철제난간 지점
내딴에는 조심스럽게 내려간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방심했는지 엉덩방아를 멋지게 찌고 말았다.
몸을 너무 가볍게 하고 앞으로만 나가려던 바람에 미끄러지는 상태에서 순간 대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
툭툭 털고 일어 선 난 혼잣말로 "쑥스럽구만 조심해야지" 라며 중얼거리다가는 이내 계속 내림길을 달렸다.
이제는 완전히 계곡길이다.
얼음이 두껍게 얼지는 않았음인지 얼음 틈새로 물 흐르는 소리가 살갑게 들린다.
그럼에도 넘어질까 두려워 조심스럽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뒤에서 어떤 사람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진다…
“조심하셔요.~~~~~^^^”
베시시 쑥스러운지 웃어버린다
겨울산행
그곳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에 내가 그리고 그 어떤 사람이 넘어진 곳이 낭떠러지라면..설사 낭떠러지가 아니더라도 넘어지는 곳에 하필 뾰족한 바위라도 있었다면…
5시를 막 넘기고 있었지만 장암역엔 아직도 땅거미가 지지 않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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