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쩐지 요즘 홍서방이 뜸하다했더니
일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계시구먼
홍서방
날더운데 함 오너라
장어라도 사주께
>> 정말 덥구만.
>> 오늘은 손님이 좀 있으려나?
>> 홍서방이 있는 전시장이야 에어콘이 빵빵하게 틀어져있어 시원하지만,
>> 지금 바깥 온도는 무려 39도 넘을거라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 하기사 어제만하여도 동경이 생긴 이후 최고라는 39.5였으니까.
>> 오늘은 좀 시원하였으면 좋겠건만, 더운 날씨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된다나.
>> 간단하게나마 전시준비를 마치고 주최자가 제공하는 커피를 한잔하러 나갔다.
>> 오시라는 손님보다는 아직은 참가자가 더 많은 시간대이다.
>> 커피를 받아서 들고는 전시장을 슬슬 둘러본다.
>>
>> 홍서방은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가족들을 위한 선물은 전시장내에서 조달하는 것을 재미로 삼는다.
>> 전시장내에서는 물건이 우선 믿을만한데다, 값도 싸다.
>> 게다가 현금으로 지불하기 보다는 홍서방이 가져온 물건과 물물교환하니까, 더욱 싸게 살 수가 있다. 문제는 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져온 물건들이 다 샘플들이다보니까 하나밖에 없어서 왠만하면 잘 팔려고 하지를 않는다. 일단 좋은 물건이 눈에 띠면 첫날부터 그 부스에 가서 얼굴을 익히고, 부스 전시한 내용들을 칭찬하면서 물건도 좋다고 아첨을 몇 번한다. 그런 다음에 둘째 날쯤에 딸네미가 정말 크고 예쁜데 너네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릴 것같으니, 한 벌 팔지않겠냐고 물어본다. 십중팔구는 ‘노’. 같은 장돌뱅이라서 이해는 하지만, 정말 좋은 물건이다 싶을 때는 여러번가서 졸라보기도 하지만, 별로 성공확률은 높지 않다.
>>
>> 대충 전시장을 돌아보고 내 부스에 돌아오니 통역하는 아가씨가 반긴다. 어느 유통업체에서 나를 찾았는 데, 없어서 다시 온다고 하면서 명함을 놓고 갔단다. 전시장에서야 흔히 있는 일. 그러고는 마는 사람들이 한둘인가. 조금있느니 미카미상이 부스로 왔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데, 작년부터 동경전시회에 올 때마다 우리 부스에 들러서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섬유신문과도 인터뷰를 하게 주선도 해주었다. 인상도 좋고, 말도 부드러운데다 나에게는 일본에서 진출하기 위한 방법도 알려주곤 해서 서울로 돌아와도 꼭 한번은 편지를 하였다. 이번에도 미카미상은 아들이 이번에도 부스를 가지고 참가했다고 하면서 부스에 들렸다. 마치 형님같은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데, 전에 있던 회사의 선배가 방문을 했다. 둘이는 일본어가 통하니까,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명함을 나누고 차후에 또 서로 도움을 주기로 하였나보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셋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돈까스가 우리돈으로 15,000원. 정말 일본은 비싸다. 그렇게 점심을 같이 즐겁게 먹고, 전시장으로 돌아오니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월말 자금이 부족하다. 요즘은 정말 지내기 힘들다. 대충 이리저리하라고 한 후, 한국에 돌아가서 해결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찌근하다. 에라 여기서는 서울 일은 잊어버리자.
>>
>>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데, 나이가 지긋한 중년신사가 여직원을 데리고 부스로 들어오자 통역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침에 왔던 분이라면서 소개를 하였다. 그 중년의 신사와 우리 제품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의 거래방식, 경영방식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가격에 대한 흥정이 들어왔지만, 완곡하게 거절을 하니 더 이상은 가격에 대하여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물건이 좋다며 조만간 시험오더를 하겠다고 하였다. 자기 말로는 꽤 큰 회사라고 하였다. 그 신사가 돌아간 후에 옆 부스의 사장에게 물어보았다. 그 회사를 아느냐고. 그랬더니 아주 좋고 큰 회사라면서 잘 해보라고 축하를 해주었다.
>>
>> 갑자기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 같다.
>>
>> 그런데 또 서울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월말 자금이 좀더 필요할 것같다고.
>>
>> 홍서방의 머리 속이 또 한바퀴 빠르게 돈다. 어떻게 할 까. 그만 사업을 접을 까.
>> 그럼 그 동안에 벌려놓은 일은 어떻게 마무리하지. 무엇을 먹고 살지. 계속 이렇게 자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할 까.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겁이 난다.
>> 그래 가을까지만 버텨보자. 가을부터는 나아질 것이 분명하니까. 그리고 이번 전시회 결과도 괜찮을 것같고. 새로운 거래선도 생기고 있으니, 두어달만 있으면 더 좋아질 것이다. 분명 상황은 나아져가고 있다.
>>
>> 한참을 지구를 떠나 우주를 헤매던 홍서방의 의식은 다시 땅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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