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 아침.
큰 아이들이 방학이라 식구들을 깨우지 않고 아침 7시쯤 집을 나와 사무실로 왔다.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는 데, 8시 반경에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막내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 하는 성보의 목소리.
'사무실이야, 일하고 있어?....' 자기가 이제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화였다.
그러다 말미에 '아빠 사랑해'한다.
'아빠도 성보 사랑해!'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말못할 감동이 몸을 훝고 지나갔다.
우리 아버지는 나로부터 전혀 느끼시지 못한 감동을 나는 느끼고 있다.
아버지의 시대는 아버지로서 느낄 감정이 다르겠지만, 지금 나의 시대에 느끼는 감정은 좀더 솔직해진 것일까?
말은 하지 않지만, 강한 존경심과 권위를 바탕으로 하는 이심전심의 부정,
말도 많이 하고, 친근감을 바탕으로 하는 솔직한 부정.
아버지에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나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성보와 나는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낯간지럽다고, 입이 가볍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함부로 하지 않던 말인데, 우리는 눈만 뜨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있다.
젊었을 적에는 야망이 나의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나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 야망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내 생애에 끝나고 마는 꿈이었지만, 지금 나의 꿈은 내 사업을 아이들에게 이어주어 아이들이 대를 이어서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겠다는 좀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꿈이다.
세상에는 그런 기업들이 아주 많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의 90%이상이 가족기업이라는 사실, 그리고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지 제법 크고 오래 된 회사들은 거의 모두 가족기업이라는 사실을 돌아보면 헛된 꿈은 아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꿈의 길이는 길어지는 데, 꿈을 이룰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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