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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name="[문서의 처음]"></A>
>> 오늘 등산화는 가벼운 것으로. 
>> ‘맨발같은 신발’이라는 개념으로 새로이 핀란드에서 개발한 신발이다. 작년에 개발했지만 그동안은 사실 내구성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밍그적거렸었다. 그런데 최근 신발이 내구성이 초기 제품보다 3-5배는 강해졌다. 디자인도 다양해져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출 수있을 것같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와 산에 갈 때도 이 신발을 신고 간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작은 돌하나 하나의 감촉이 매우 기분좋다. 오늘은 새 신을 신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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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신을 신고 걸어보자,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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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천역에서 나오니 성환이, 하니, 승진이, 그리고 29기 최우승선배님이 미리 와있었다. 하니가 배낭을 하나 새로 주었다. 지난 번에 양말 몇 켤레를 주었다고 배낭을 선물한다고 했다. 양말주고 배낭받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크기도 적당하고 색도 발가스름한게 예쁘다. 준비해온 것들 배낭에 넣고 등에 메니 몸에 착 달라붙는다. 역시 하니가 주는 것은 뭐든지 좋아. 너무 좋은 것을 받아서 오히려 미안하다. 다음 번에는 뭘로 복수할까? 음, 나의 책으로 복수해야지. 그래도 청소년권장도서로 선정될 정도로 훌륭한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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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신에 새 배낭, 
>> 뭔가 새로운 일이 있을 것같은 예감. 
>> 
>> 잠시있다보니 꽁지머릴 자른 경락이가 왔다. 누구시더라. 사람은 뭐가 하나만 바뀌어도 몰라본다니까. 영철이는 처음나온 줄 알았더니 동기회 산행에 자주 나왔단다. 영철이는 동기회할　때마다 보아서 마치 어제도 본 사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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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 생활을 성남에서 했었기 때문에 남한산성은 신혼때 아내와 가끔 오던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차를 타고 올라가보기는 했지만 걸어 올라가기는 처음. 입구에 들어서자 최선배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축지법을 쓰시나 아무튼 가볍게 가볍게 올라가는 모습이 그동안 산에 다니셨던 내공이 보인다. 중턱쯤에서 이현이가 가져온 매실물을 마시니 속이 시원해지고, 갈증이 사라진다. 하니마님은 장용준 머슴에게 배낭을 건네주고 그렇지 않아도 가벼운 몸을 더욱 가볍게 했다. 용준이 외모는 별로 머슴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기꺼이 머슴노릇을 한단다. 용준이는 자기네 동네라고 물통도 가져오지 않은 맨손. 그래서 그런지 부담이 없다. 별로 숨차지도 않고 얼마걷지도 않았는 데 벌써 산성에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남한산성을 따라서 한바퀴를 도는 코스. 그야말로 산보하듯이 걷는 데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색스폰을 부는 사람이 있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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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가다가 정자가 있어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역시 입이 즐거워야 해. 하니의 홍어무침과 탁주. 빙 둘러앉아 각자가 가져온 음식과 산자락에서 산 막걸리로 가볍게 한잔씩. 어렸을 적 소풍온 기분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왁자하면서 사는 게 사람사는 것이지. 적당히 배도 채우고 다시 산성 종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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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걸음 갔다 싶은 데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진다. 아침 일기예보를 보니 구름만 조금이라더니, 비가 조금 올 것같다. 성환이는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1-2차례 약간의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야. 그런데 갈수록 빗방울 떨어지는 간격이 짧아진다. 급기야는 소나기로 변했다. 근처에는 비를 피할 만한 곳도 없어 산속으로 걷기로 했다. 그 빗속에서도 일수는 여전히 ‘사진찍어’를 연발한다. 역사의식이 투철해서 그런가.  후두둑하는 비가 머리를 두드린다. 비맞으며 산길을 걸어본지도 몇 년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판초우의를 가져오는 건데. 언젠가 한번은 비가 하도 멋있게 오길래 판초를 뒤집어쓰고 일부러 산에 가서 한참을 있다 온 적도 있었다. 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비맞는 것을 좋아하는 걸보니 아마도 전생에 무슨 열대식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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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쉬는 틈에 원주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권현준, 유영모, 박병주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곳은 날씨가 쨍하게 해가 떠있다고 한다. 골프도 축구처럼 수중전이 더 재미있는 데,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우리한테만 이런 재미를 주시고. 하느님! 다음부터는 개네들 골프치러갈 때마다 수중전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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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산길을 걷기는 어렵게 되자 일단 하산하기로 하였다. 발아래를 쳐다보니 구름이 산과 산사이를 가득채워 마치 동양화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려와 보니 동문옆 매점이 있어서 잠시 비를 피하였다가 음식점에서 보내준 차로 오리백숙하는 식당으로 직행. 식당에 들어오니 영락없이 희건이의 직업의식(내지는 총무로서의 의무감)이 나타난다. 아줌마에게 맥주하고 안주라도 빨리 달라며 사온 소주를 꺼낸다. 고작 10명이 들어왔는 데 식당 아줌마들은 허둥댄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어하는 아줌마한테 일수가 하는 말, ‘두부없어요!’ 나도 딱 그 소리하고 싶었는 데, ....... 여지껏 일수가 했던 말중에서 제일 마음들었던 말이다. 처음에는 없다고 하더니 결국은 두부는 서비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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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 종주를 하려고 했던 우리들의 산행은 결국 술잔 위를 떠돌았던 ‘오리발’과 ‘말발’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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