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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name="[문서의 처음]"></A> 
>> 참 서울이 예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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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름을 핀 것도 아닌 데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서 경복궁을 가니 역시 성환이, 희건이, 승진이가 와있다. 조금 있다보니 원구, 봉식이, 철희가 왔다. 일수, 후석이, 경집이는 오늘 참석하지 못한단다. 철원이, 오인이, 덕영이도 보이지 않는구만. 덕영이는 해외 공연갔다는 연예가 중계를 듣기는 한 것같다. 우리들의 ''하니''는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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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모였다 싶으니 출발하자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의 사직 공원을 지나니 좁은 철문을 지나고, 곳곳이 젊은 친구들이 서있다. 좁은 길을 조금 가다보니 어느 덧 인왕산 정상, 30-40분이나 걸렸나? 그리 높지 않은 해발 338미터 밖에 되지 않아 서울이 발로 밟힐 것처럼 발밑에 있으면서도, 도심 전체를 볼 수있을 정도의 알맞은 높이이다. 삼청동, 청와대, 경복궁 사이에 뿌려져있듯이 노란 은행나무의 빛깔이 아름답게 빛난다. 자연색없이 건물만 있는 종로쪽과는 확실히 다르다. 인왕산에서 잠시 쉬는 동안 성환이가 가져온 펫트병 맥주, 하니가 깍아온 과일들이 시원하게 입안을 적셔준다. 그렇게 쉬는 동안 철희가 느지감치 올라온다. 올라오는 동안 어느 분의 인왕산, 북악산에 대한 설화를 들은 모양이다. 조선왕조 500년, 고려왕조 500년, 신라 천년이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을까. 
>> 경집아, 넌 빠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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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에 오르니 내가 전생에 살던 옛집이 보인다. 지금이야 주인없이 구경꾼만 할 일없이 오가지만, 내가 살 때만해도 그 영화가 영원할 줄 알았다. 그 곳을 떠나 여러 곳을 떠돌다가 다시 그 집을 보게 되니 감회가 무량하다. 덧없는 세월을 주인은 구천을 떠돌았건만, 집은 의연히 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나.  은행나무의 노란 색이 적당히 있어서 주변의 잡다한 색을 노랑으로 바꾸니 그 안에서 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 집안에서 살 때 자주 이 곳에 올라와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함이 아쉽다. 나의 옛집에 비하면 지금의 왕이 사는 곳은 별 감흥이 보이지 않는다. 지붕만 있는 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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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내가 들어갈 살 때는 영모에게 다시 지으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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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사진을 찍었는 데 나의 눈이 영모 눈보다 작게 나왔다. 사진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나이되도록 사진을 많이 찍어보았지만, 아직도 실물보다 잘 나온 적이 없다. 금강산도 그렇다고 듣기는 들었다. 
>> 
>> 인왕산을 내려와 북악산으로 가는 길은 성곽과 군사용 철책이 번갈아 가면서 길을 막고 돌아가게 한다. 그렇게 성곽의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가면서 보니 삼청동쪽은 경복궁 주변의 노란 은행나무가 이쁘다면, 청운동 쪽은 산기슭에 기대어 있는 듯 자리잡은 집들이 예쁘다. 마치 외국의 관광지에 와있는 듯한 풍경이 새롭다. 건축계의 거물인 영모에 의하면 집들이 산보다 높지 않고 잘 튀지 않아서 그렇단다. 그러고 보니 청운동쪽은 큰 집이 없이 모두 고만고만하다. 설명을 듣고보니 청운동 집들이 더욱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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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악산으로 들어서려니 경비가 신분을 확인하고 패찰을 목에 걸고 들어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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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쉬엄 쉬엄 가는 데, 영모가 GM대우에서 근무한다는 미국인 Larry와 앞서 가고 있다. 우리는 기온이 쌀쌀하다고 조금 두껍게 입고 산길을 걷고 있는 데, Larry는 한 여름인 것처럼 반팔에 반바지. 성환이는 러시아 북극곰일 것이라고 했지만, 알고보니 알라스카 불곰이었다. 이럭저걱 철희와 이야기하면서 둘러보는 북악산의 단풍이 참 곱다. 시내 한가운데 이런 풍광을 즐기며 친구와 걸을 수있는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처럼 차타고 20-30분이면 등산을 즐길 수있는 곳도 없다. 유럽은 숲은 많되 산이 드물다. 미국은 산에 간다면 며칠을 머무를 작정하고 가는 캠핑이다. 티벳같은 나라는 아예 산에 있으니 평지를 밟아보기 어렵다. 가까운 일본도 생각보다 산에 가는 길이 우리처럼 산보가듯이 가는 산은 아니다. 게다가 사시사철 다른 경치를 보여주는 산이다. 그렇다고 험한 길이어서 긴장하고 앞만 보고 가야하는 길도 아니다. 발아래 세상이 있고, 머리위에는 빨간 단풍잎이 드리워져 있고, 길은 귀엽다. 그 산길을 친구와 세상이야기, 살아 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하면서 한눈팔고 가도 다칠 일이 없다. 그 길을 철희와 두런두런,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면 중간 중간에 그럴 듯한 전망대가 감탄을 자아내게 하면서 잠시 쉴 틈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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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맘편히 걷다보니 북악산 정상도 지나고, 어느 덧 성균관대에 들어섰다. 잠시 인왕산 정도만 즐기려던 Larry도 우리를 만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북악산까지 왔단다. 같이 목욕도 하고, 소주나 한잔하자고 했지만 아직 대중 목욕탕은 어색한 지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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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후 어디로 갈까 하고 잠시 고민. 성대를 졸업한 원구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단다. 하기사 졸업한 지 꽤 오래되었지. 결국 원구가 눈감고 찍은 근처 식당의 옆 식당에서 가볍게 소.맥을 하고 봉식이가 한다는 성대앞의 Holly 다방으로 갔다.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색스폰 소리가 들리는’ 그런 옛날식 다방이 아니라, 바리스타(?)가 있고 커피향이 진하고 청춘들의 경쾌한 대화소리가 가득찬 현대식 다방이다. 봉식이가 이 커피체인점을 개설하였고, 실제로 몇 개 운영도 하는 모양이다. 다방주인인 친구 덕분에 이런 현대식 다방에서 ‘카푸치노’도 먹어보고, 선물까지 받았다. 
>> ‘봉식아, 고마워!’ 
>> 
>>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다방에서 받은 선물주머니에서는 ‘향그러운 커피향’이 내 코를 간질럿다. 아마 친구들이 타고간 지하철도 커피향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 
>> 그렇게 우리의 하루는 새로운 향기를 풍기면서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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