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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대학서클에 갔다 약간 무리했더니 바로 몸이 연락이 오데. 서클후배가 선배님하는 데, 나이가 딸네미 나이다. 흐이크, 내가 벌써~~
>> 일어나자마자 빈 가방을 둘러메고 늦지 않은 시간에 지하철을 탔는 데, 정신은 어슴푸레 ‘사당역입니다’하는 안내방송을 들었지만, 몸은 일어나지지 않는다. 한숨 푹자고 정신차려보니 인덕원. 기왕 이리 된 것 그냥 집에 돌아가? 아니면 서울대 근처 사우나에서 목욕이나 하면서 기다려? 망설이고 있는 데 성환이가 콜, 어디야? 머리는 무슨 말을 할까하고 핑돌아가는 데, 입은 벌써 ‘과천역’이라고 말해버린다. 결국 ‘알았어 빨리 가께’
>> 사당역 도착하니 30분이나 늦은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들, 미안허이~~~
>> 빈 배낭에 늦었으니 벌로 막걸리메고 올라가라니 할 수없지. 그런데 내가 올라갈 수있을까?
>> 잠간 올라가다 보니 몸에 땀이 나니 좀 풀리는 기분이다. 연주암을 지나 적당히 올라가서 점심을 차려서 먹는 데 ‘진수성찬’. 게다가 속이 좀 꿀꿀했는 데 아주 뜨겁고 시원한 된장국이 나온다. 한국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 모순된 맛. 그 맛을 레베카 덕분에 아주 실감했습니다. 음식준비에 수고해주신 여러 분 감사. 잘먹어 주는 친구들에게도 감사. 
>> 그렇게 성대한 식사를 하고 나니 바로 출발, 경집아! 네가 없으니 식사후 휴식도 없다. 한참을 가다보니 팔봉능선을 타야하는 삼거리에서 갑자기 헬리콥터가 후두두~~. 누군가가 다친 모양이다. 조심 또 조심. 
>> 그리고 다시 출발하려는 데 현준이, 경락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지? 아직도 바위타고 능선을 넘어오나?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그때서야 ‘아 앞으로 지나간 것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소리치면 애타게 ‘혀언주운아아아아앙, 겨엉나악아아아앙’하는 데, 저앞에 눈에 확띠는 경동 36기의 연두색 등산복이 안양쪽으로 넘어가는 능선의 바위를 넘어가고 있다. 다시 한번, 주먹나팔을 입에 대고 ‘혀언주운아아아아앙, 겨엉나악아아아앙’. 주위사람들이 이쪽에서나, 그쪽에서나 쳐다본다. 우리를 쳐다보는 그들의 표정이란 마치 ‘미아를 찾는 애닲은 아비’를 보는 듯했다. 하기사 이 나이들도록 아직 철들지 않은 사람도 많다우. 그렇게 그들은 앞서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고, 그 사이에 우리는 앉아서 사진을 몇 컷찍었다. 그런데 내 사진을 오늘보니 머리앞부분에 빈 곳이 많다. 얇아지고 듬성해진 나의 머리. 나의 풍성하고 꼽슬대던 머리카락들이 보이지 않는다. 야들아, 다 어디갔노. 
>> 조금 더 내려가서 팔봉능선쪽으로 가려니 또 다시 보이지 않는 두 사람. 오던 길을 조금 다시 올라가서 소리친다. ‘혀언주운아아아아앙, 겨엉나악아아아앙’, 다시 한번더, ‘혀언주운아아아아앙, 겨엉나악아아아앙’. 아무리 소리쳐도 오지 않아 그냥 내려가서 서울대 앞에서 전화해서 만나기로 할 작정으로 다시 출발하는 데 뒤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늦게 내려왔다나. 암튼 반가운 마음에 일어나서 출발하려는 데 갑자기 하늘이 노래진다. 
>> 앗! 내 발. 삐었다. 낙엽밑에 숨어있는 돌을 보지 못한 탓이다. 이런 때가 위험하다니 여러 분도 다음 산행에서는 조심하세용. 성환대장이 칙칙이를 발목에 쫘악뿌리니 시원해진다. 스틱을 빌려 무사히 하산.
>> 시원하게 목욕하고 나니 쌀쌀한 날씨에 굳었던 몸이 풀린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 파전에 막걸리집으로 Go! 거기서도 간단치 않은 몇잔이 오가고, 지하철앞에서 수능보는 아이들에게 산악회에서 과자를 사주었다. 
>> 이번 주에 수능보는 우리의 자식들아! 모두 시험 잘 보거라! 그래야 네 아비가 술 한잔 산다.
>> 그렇게 기분좋게 헤어지고 경락이한테 신신당부했다. 지하철 종점까지 가기 싫으니 딱 30분만 있다가 전화해달라고. 하지만 난 결국 또 내려야 할 곳을 몇 정거장 지나서야 내렸고, 그로부터 한참뒤 집에서 정말 달콤하게 자고 있는 데 경락이한테 전화왔다.
>> 그리고 거나한 목소리로 기분좋게 하는 말, ‘재화야, 정신차리고 집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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