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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2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그 산이 품고 있는 깊은 계곡과 정상의 넓다란 암장
>> 그리고 도봉산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게 해 주는 위치적 우월성은 결코 낮은 산이라고 얕볼 수 없는 당당함을 지니고 있었다.
>> 
>> 탁월한 선택이었다.
>> 설 연휴 첫날을 나홀로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터였지만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 그러나 평소처럼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
>> 그리고 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곳을 생각하자 사패산이 떠올랐다.
>> 
>> 회룡역을 들머리로 하기로 하고 1호선 전철을 타자 연휴에 걸맞게 등산객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 그러나 거의 대부분 도봉산역에서 내리고 회룡역에서 내리는 등산객은 나를 포함 단 3명뿐이었다.
>> 그래서인지 사패산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 앞서 가는 등산객을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들 마저도 내 앞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 하지만 산을 향해 열려진 길을 찾아 약 10분 정도를 오르자 회룡골 매표소가 나타난다.
>> 한적한 느낌이다.
>> 아니 그보다는 조금은 스산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 실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는 곳에 회룡사가 있음인지 그 곳까지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다란 도로가 등산로를 대신하고 있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 게다가 그토록 넓고 한산한 길엔 북한산 관통도로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들만이 여기저기 애처롭게 걸려 있고 공사예정을 알리는 표지판도 어딘엔가 서 있었다.
>> 이렇듯 조용한 산자락에 커다란 도로가 뚫린다니.. 
>> 자연의 보존이 우선인지 인간의 편익이 우선인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괜시리 가슴이 아련해진다.
>> 속세를 떠나 조용히 은둔생활을 하는 듯한 스님 한 분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플래카드 밑에서 넓게만 보이는 마당을 천천히 쓸고 있다.
>> 
>> 회룡사 입구에 등산로 아님의 표지판을 보고서야 철조망 옆으로 나 있는 좁은 길이 등산로인줄 알 수 있었다.
>> 이때부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 든 셈이다.
>> 인적이 드믄 곳이라고는 해도 눈이 내린지 오래되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산길은 오르기 편하게 다져져 있다.
>> 
>> 회룡골
>> 인위적인 흔적이 많다.
>>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입장료를 걷어서 만들어 놓았을 다리들과 철계단들..
>> 그리고 계곡 곳곳이 무슨 하천 정비해 놓은 양 되어 있어 코스 선택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때이른 후회를 하게 된다.
>> 
>> 계곡이 꽤나 길다. 그래도 경사는 완만하게 계속되고 있다.
>> 쉼없이 한참을 오르자 계곡이 끝나고 급경사가 나타난다.
>> 모처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산마루 고개를 올라 서자 포대능선과 사패산을 가르키는 알림판이 제대로 올라 왔음을 알려 준다.
>> 
>> 잠시 쉬면서 목을 축인 후 사패산으로 보이는 암릉을 바라 보자 산세는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
>> 이럴 바엔 포대능선을 넘어 자운봉으로 갈까 하는 갈등도 잠시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  
>> 능선엔 곳곳이 눈으로 쌓여 발이 쑥쑥 빠진다. 다른 곳에 비해 등산객의 발길이 적은 곳이기 때문이리라….
>> 배낭에서 스패츠를 꺼내 채운 후 계속해서 능선을 달려 간다. 능선을 타는 기분이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 사패산에 다가가자 의정부 안골쪽에서 올라 오는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 떼를 지어 오르는 그들의 목소리에 비로서 나도 내가 산속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 사패산 정상 !
>> 넓은 암장도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곳에서 보여지는 도봉산의 기괴한 봉우리들과 그 봉우리들을 잊고 있는 능선들로 이루어진 도봉산맥의 파노라마는 그 어떤 산에서도 볼 수 없는 기막힌 조망을 주고 있었다.
>> 조금만 맑았으면…
>> 도봉산 뒤로 북한산 인수봉이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서 있다.
>> 동쪽으로는 수락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넓은 평야와 시가지를 피해서 서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이 호쾌함을 느끼게 해 준다.
>> 
>> 신선이 따로 없을 듯…
>> 곶감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에는 나홀로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젖함이 들어 있었다. 
>> 회룡골 안부에서 사패산 정상까지는 약 20분정도가 걸린 듯 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룡역에서부터 사패산 정상까지 약 1시간 10분정도가 걸린 듯 했다.
>>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은 조금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정은 올라 갔던 길로 다시 내려 가는 것이었지만 사패능선에서 포대능선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달리고 싶었다.
>> 산행지도에는 약 2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혼자라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거만한 생각으로 다시 출발…
>> 
>> 사패산 정상에서 출발하자마자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 그래도 아이젠은 하기 싫었다. 대신 스틱이 몇 번인가 더 넘어질 뻔 했던 나를 일으켜 세워주곤 한다.
>> 
>> 회룡골 안부를 지나자 본격적인 포대능선이 시작되었다.
>> 사실 어디부터가 포대능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내가 회룡골 안부를 기준으로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나름대로 구분해 본 것 뿐이다.
>> 
>> 포대능선쪽으로 들어 서자 등산객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 그러나 나처럼 나홀로 산행객은 보이지 않는다.
>> 아무래도 단체 등산객들은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몇 팀인가를 추월해서 오르자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하는 도봉산이 그 모습을 달리 하며 내 품속으로 들어 온다.
>> 
>> 회룡골 안부에서부터 원도봉매표소에서 올라 올수 있는 안부까지는 하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능선만이 계속될 뿐이고 그 능선 곳곳엔 암릉들이 저마다 멋진 모습을 하고 앉아 있다.
>> 
>>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배를 채워달라고 난리가 났다.
>> 시간을 보니 사패산에서 출발한지도 1시간이 지났고 시각도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 경치 좋은 바위 위 좁은 공간에 나만의 자리를 만든 후 준비해 간 컵라면과 막걸리 한잔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자 몸이 나른해 진다…
>> 
>> 왕래가 많아지는 등산객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서야 억지로 출발을 다짐해 본다..
>> 주섬주섬 꺼내 놓은 짐들을 배낭속에 꾸겨 넣은 후 다시 출발…
>> 다락능선으로해서 도봉매표소로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입구를 찾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400미터정도만 더 가면 자운봉이라는 표지판은 나를 계속해서 달리게 만든다.
>> 
>> 포대능선의 험악한 암릉길을 뚫고 오르는 것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상하게 내가 예상했던 그 길은 나타나지 않고 능선 아래쪽의 사면으로 이어진 길만이 이어진다.
>> 
>>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람들의 뒤를 쫓아 능선으로 올라 서자 바로 눈앞에 자운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 오른쪽으론 우이암으로 가는 길이 계속되고 있었고 왼쪽으론 자운봉으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
>> 
>> 해냈다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위로 타고 오른다.
>>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다는 생각에 내려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 하산길에선 만용을 부릴 수가 없는 법
>> 아이젠을 한 나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내리는 등산객들을 피해 손살 같이 내려갔다.
>> 도봉산 산악구조대로 해서 도봉산장 그리고 도봉매표소까지…
>> 전체 산행시간은 회룡역에서 도봉산역까지를 기준으로 약 4시간 10분정도가 걸렸다.
>> 
>> 아마도 상계산악회의 평균 코스를 기준으로 본다면 단체산행 코스로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았지만 꼭 한번은 우리 산우들에게 사패산 정상에서의 그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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