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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은 영봉.. 휴식년제로 조용히 쉬고 있던 영봉의 그 아늑함과 자연미는 예전의 그것에 비해 더욱 그득한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황톳빛의 땅거죽은 작은 나무들과 덩굴 그리고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종류의 무성한 풀 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고 그 위로 쭉쭉 뻗은 나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햇님을 쫓아 올랐음인지, 때로는 흐르는 바람결에 그대로 몸을 맡겨 두었었음인지 푸른 잎사귀들을 온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춤을 추듯 깊어지는 성하를 그렇게 보내고 있더군요 8월 내내 쉼 없이 내리던 빗줄기 때문이었는지 촉촉히 적어 있던 오름길의 돌계단도 쉼 없이 장난을 걸어 왔지만.. 팔다리를 스쳐 지나가는 풀잎파리들의 차가운 감촉으로 인해 오랜만에 영봉을 찾은 우리들을 꽤나 차분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 햇빛은 강렬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되 찾은 마지막 여름의 높은 기온으로 인해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들었고 다리로는 뻐근함이 올라왔지만 대신에 우리들은 시원한 포만감을 뱃속 가득히 집어 넣을 수가 있었죠. 그런 차분함과 넉넉함으로 걷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능선 옆으로 펼쳐지고 있는 녹음의 푸르름은 재 작년 검게 그을렸던 산불의 흔적들일랑 감쪽 같이 덮어 버리고 자연의 강력한 치유력을 자랑 삼아 뽐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영봉 바로 아래 마당바위에서 잠시 잠깐 숨을 돌린 우리는 조금 더 발길을 옮겨 놓자 어느새 인수봉을 그윽히 올려다 보고 있는 영봉엘 도착할 수 있었죠.. 그리고 늦은 조찬… 지난 주 술이 조금 과했던 탓인지 모두가 술 꺼내기를 꺼려 했지만 그래도 정상에서의 술 한잔 만큼은 그 맛을 아는 이들에겐 마약과 같은 존재이기에 기어코 꺼내 든 소주 한잔을 입 속으로 벌컥 쏟아 붇자 목구멍을 타고 넘어 가는 쓰디 쓴 소주가 전해 주는 전율이… 산행의 기쁨을 더해 주었지요. 이번 주 산행일기가 너무 감상적으로 흘러 버렸군요... 오히려 짧은 산행 후기가 좋을테지만, 또 다른 내 맛에 사는 소인의 처사를 용서해 주시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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