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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방의 추석기 추석! 1년동안 가꾸었던 곡식을 거두어서 하늘과 조상에 바치는 날.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던 날은 꼭 막내인 나를 깨우셔서 수염이 까칠한 얼굴로 굳이 뽀뽀하셔야 잠이 드셨었다. 나도 오늘 친구들하고 한잔하고, 들어오니 막내에게 뽀뽀를 하게 되더군. 싫다고 얼굴을 돌리면서 그냥 자게 내버려 두라는 표정을 짓더구만. 사람이라는 게 별로 현명하지 못한 존재라서 꼭 경험하고, 지나가봐야 진실을 알게 되거든. 아버지 나이가 되봐야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있는 어리석음. 어제는 갑자기 동대문에 가서 막내 녀석의 운동화와 슬리퍼를 샀지. 새 신을 보더니만, 헌신을 정말 헌신처럼 버리고 새 신만을 신는 녀석을 보니, 아~ 진작에 사줄 걸. 녀석도 헌 신을 신으면서 얼마나 불편했을 까 하는 느낌이 팍 와닿더군. 모든 가족은 다 특별하다. 인간이 특별한 것같지만, 결국은 유전자의 진화를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희생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을.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이타적인 존재들. 오늘 홍서방은 아이들을 위하여 조그만 선물을 마련할 수있음에 즐겁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 즐겁다. 추석! 단간방에 살 때도 아버지는 나를 위하여 새 신을 준비하셨듯이, 나도 오늘 막내를 위하여 새 신을 준비하였다. 아버지가 새 신에 부여하였던 의미를, 나도 이제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 명절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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