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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 
중학시절 학교가 불암산 자락에 붙어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왔던 산이다. 
그러나 그 산을 오른 것은 몇 년 전 단 한번 
그리고 몇 개월 전 공릉동에서의 산길이 새롭게 열리고 나서 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냥 능선은 편안하지만 정상부근 암릉이 다소 위험하다는 사실과 그다지 높지 않아 짧은 산행에 적합하다는 사실 정도가 내가 알고 있던 불암산에 대한 정보였다.

이번에는 작은 녀석과 같은 동네의 회사동료를 불러 내 우리 동네인 하계동에서 오를 수 있는 길로 오름길을 잡고 산행에 나섰다.

대중교통이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내가 살고 있는 집 부근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요 기쁨이다.

하계동 불암산 들머리에 살고 있는 유부장을 집 앞에서 만나 선경아파트 옆으로 나 있는 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야트막한 동네 야산 정도의 포근했던 첫 느낌은 공릉동 배수지 앞에서 산의 맥을 끊어 만들어진 도로로 인해 아쉬움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중계본동의 산동네를 휘둘러 좁다란 골목길을 찾아 오른다. 
벽돌로 담을 올리고 엉성하게 지어진 집들이 과거 우리의 고단했던 삶을 생각하게 해주었지만 지금도 그곳에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은 아직도 그 고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과 배낭을 메고 오르는 우리들은 그네들의 힘겨운 삶을 외면하고 쳐다보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마저 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엉기성기 이어지고 있는 골목길이며 안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는 집들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면 그래도 그곳엔 아직도 정겨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도 있었지만 여기저기 어지러이 널려 있는 쓰레기들과 폐가처럼 방치되어 있는 몇몇 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그네들의 고단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가슴 속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그런 산동네를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본격적인 산길.. 
사유지가 있음인지 철조망을 따라 좁은 길이 위로 어지러이 뻗어 있다.

조금 더 오르자 공릉동과 태능쪽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하게 되고 그 길은 한참을 그렇게 능선을 따라 길게 나 있다.

이미 작은 놈은 그 사이 몇 번을 쉬어 가자며 보채고 있었다 
어르고 달래고 꼬드기며 한번의 쉼도 없이 능선길을 오르기를 1시간여…

한번 정도 중간에서 쉬며 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오름길을 계속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며 나름의 산행을 즐기고 있었고 지나치며 보이는 그들의 얼굴에도 밝은 미소가 가득 차 있었다.

헬기장 
지난번에 왔던 곳이었다. 
그때도 작은 놈을 데리고 와서 정상까지 가보지 못하고 돌아 서야 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이번엔 작은 놈도 의외로 순순히 따라 나선다.

갑자기 가파르게 내려서게 되는 내림길과 곧 이어 나타나는 불암산 정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암릉의 뿌리 부근에 도착한다.

뿌리부근에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나타나게 되는 거북바위 아래 
막걸리를 팔고 있는 노점이 오르내리는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었고 주변에 적당히 자리잡아 만찬을 즐기는 산꾼들로 그 주변이 번잡스러웠다.

이제부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작은 놈은 이제까지 힘들다며 칭얼대던 모습은 사라지고 혼자서 신이 나서 거침없이 기어 오르기 시작한다.

뒤에서 뒤따르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끊임없이 가슴을 태우고 있었고 “천천히” “조심해”를 연발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의외로 힘들고 어려운 코스도 잘 오르는 녀석을 보면서 그래도 산행 경력이 7년인데 하는 생각과 아직 겁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 하는 마음이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괜히 데리고 온 것은 아닌지 후회스럽기도 하였다.

불암산 정상의 조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앞쪽으로 수락산이 그 왼편으로 도봉산과 북한산이 펼쳐지고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육사와 태릉 훈련장 등이 외곽순환도로와 함께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었다..

정상에서의 사진을 한컷 찍고 있을 때 위험스런 그 곳 정상에서 위험이 뭔지도 모르고 작은 바위 군락으로 둘러 처진 그 정상의 바위들 위로 올라서려고 한다.. 
주변의 산꾼들이 혀를 차며 그 놈 참 대단하다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었지만 난 그저 불안하기만 하고 내려갈 일이 걱정스럽기만 하였다.

짧은 정상에서의 조망을 뒤로 하고 정상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조마조마해지는 마음과는 달리 내려가는 것도 역시 다람쥐처럼 잘도 내려간다. 
지 애비 마음은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어쨓든 조심스레 무탈하게 내려 온 우린 거북바위 아래쪽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고 점심에 가까운 아침상을 펼쳐 놓고 산행 후의 만찬을 할 수 있었다.

빠질 수 없는 컵라면과 사과 그리고 음료수와 과자로 허기를 채우고 가게에서 파는 막걸리로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고서야 내림길에 나설 수 있었다.

우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지는 않아 라며 다른 길을 찾아 내려가려 했지만 그 곳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하였다.

내림길은 훨씬 수월하였다. 
작은 놈도 잘 내려갔다. 
언제 힘들다고 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불안산 정상의 암릉 등정이 꽤나 즐거웠던 모양이었다.

되돌아 와서 아파트단지로 돌아 온 시간이 대략 5시간에 근접해 있었다. 비록 평탄한 길이 많다고 하지만 총 왕복거리가 약 10km 에 달하는 짧지 않은 구간이었음에도 작은 놈과 함께 한 산행이었음에도 제법 빨리 갔다 온 것 같았다..

내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생일선물로 헬기장까지만 가는 것으로 하자고 유부장한테 조르던 녀석에게 유부장이 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준다.

1만원으로 충분히 보상이 되었을까..? 
전혀…그것은 그저 어른들의 걱정을 이용한 작은 놈의 돈벌이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녀석은 오늘 산행이 너무너무 좋았단다. 
불암산 정상의 암릉지대를 오르고 내릴 때 그 기분이 그리고 내려다 보이는 조망들이 너무 좋았단다..헬기장까지만 갔었다면 후회했을거라고…

그리고 난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 또 똑 같은 코스로 나홀로 산행에 나섰다. 
작은 녀석을 끌고 다니느라 나만의 산행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부족했던 것을 채우기 위해서…

부지런히 오르고 내리며 불암산을 조금 더 알려고 노력했다.. 
참으로 멋지고 좋은 곳임에 틀림이 없었다…

(사진은 자료실에 올려 놓았읍니다) 보거나 말거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