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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빗소리가 들렸다.
앗싸~~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네. 집에서 있을까?
그러기를 한참하다가 바깥이 환해지는 것같아 다시 보니 ‘여우시집가는 날씨’다.
비는 오는 데 햇볕은 쾌청.

다시 마음을 먹었다.
그래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 좀 보자.
후다닥 준비를 하다가 ‘판초’를 넣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처음 참가하니 고참들한테 아부할 겸 새로 만든 ‘미니양말’과 보통 양말을 몇 켤레 챙겼다.
3시간 산행이라 점심은 내려와서 먹을 것같고 해서 가게에서 핫브레이크(초콜릿과자)만 2-3개 사넣었다.

교통이 좋아져서 보문동에서 양재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비도 오는 데 어쩌면 취소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확인전화를 하지 않았다.
비오면 오는 대로 혼자라도 가야지 하고.
그런데 약속장소에 가보니 취소는 커녕 친구들이 모두 와있었다. 
친구들에게 양말을 한 켤레씩 돌리고, 사진에서 보던 묘령의 여인에게는 특별히 3켤레.
내가 돈장사를 하면 돈을 돌릴 텐데, 양말장사라 양말밖에 돌리지 못했다.
친구들아! 이해해라.
이제 신발장사 시작했으니 여유가 생기면 신발을 돌리마.

슬슬 올라가볼까!
우~하니 올라가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다.
조금 올라가다 홍삼국물 한잔, 조금 올라가다 마늘엑기스 한봉,
조금 올라가다 자리펴고 맥주,탁주 홍탁을 비롯한 푸짐하게 한잔.
역시 세상은 맨 정신일때보다 약간 빙빙돌 때가 더 좋아.
가만이 있어도 입속으로 날라드는 홍탁은 다음부터 빠지지 말고,
 꼭 와야지 하는 결심을 서게 한다.

한참을 그러다가 올라가잔다.
옛말에 머슴 일시키려면 배불리 먹이지 말라고 했다는 데,
배부르고 알딸딸하니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경일수는 무슨 약속이 있다고 내려간다.
역시 고참은 약아!

정상에서 올라가서 사진 한방,
중간에서 노닥거리면서 또 뭘 마시고,
내려와서 목욕탕에 가니 유영모가 있고,
목욕하고 나니 이종승이가 와있고,
그리고 두부집으로 목축이러 가고.

두부집에 앉아서는 두부부침에 뭐를 시키고 각자 배낭에서 남은 것을 꺼냈다.
안주보다 더 많은 술이 나온다.
아, 푸짐하다는 말이 꼭 안주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어어서 나오는 더 푸짐한 말잔치들.

양재동에서 영모하고 보리차 한잔 더하고 나니,
하늘이 내려준 아들이 맛있는 것 사오라고 전화한다.

비몽사몽에 아이스크림 사들고 집에 들어와 잤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는 데 이제사 그날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났다.
다들, 잘 들어갔지?
다음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