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작성자

비밀번호

e-mail

제목

비, 산 그리고 친구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평소에는 일기예보가 잘 안맞더니만 오늘은 참 기상대가 용하게도 맞추었다. 며칠전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정말 비오네. 그래도 어쩌랴, 가야지.  <o:p></o:p>
‘가기는 간다만 설마 노친네들도 많이 오신다는 데, 올라가기야 하겠어?’하는 마음으로 배낭을 가볍게 꾸몄다. 그냥 밑에서 놀다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o:p></o:p>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희건이, 준기, 성환이,영철이 등등 면면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고승진이 참 오래 안보이네. 행사에 진행요원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커피며 녹차를 준다. 우리 친구들도 모여서 커피 한 잔씩마시며, 성환이가 준비한 등산복을 나누어 입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36기가 입은 커플룩은 단연 선후배들의 부러움을 샀을 텐데 아쉽게도 우비에 가려진다.   <o:p></o:p>
용감무쌍한 경동은 비가 와도 산에 간다더니만 결국 산을 향해서 출발한다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모두들 줄을 지어서 나선다. 설마가 사실이 되는 순간. 어쩌랴 누가 한 사람이라도 남아주면 그 뒤에서 나도 남아 막걸리라도 걸치면 친구들을 기다리겠지만, 혼자서 반역을 할 용기는 없기에 어쩔수없이 미적 미적 따라간다. 그런데 산으로 올라갈수록 빗줄기가 세진다. 16반 친구들은 오늘도 코빼기도 보지 못한 채 허훈이와 짝을 맞추었다. 밍그적거리는 사이에 이미 모두들 올라가고 우리는 거의 맨 뒤줄에 서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워낙에 많은 동인랑들이 모여서인지 앞사람 엉덩이를 보면서 가야만 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잠시 쉬는 데 강수와 어부인이 아래쪽에 서있는 게 보인다. 강수가 부인의 비옷 단추를 잠겨주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다시 올라가면서 ‘힘드시면 업어드릴까요?’했더니 ‘괜찮아요, 힘든 척하는 거에요’하는 힘찬 대답이 온다. 만약에 ‘고마워요’했다면 강수가 가만있었을까?   <o:p></o:p>
조금 더 올라가니 육모정고개에 올라서고, 우이능선이 늘어선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걸음걸이만큼 흩어졌고, 비구름은 단 10미터앞도 못보게 시야을 가린다. 빗소리는 더 거칠어졌다. 빗속을 걷기는 참 오랜만이다. 한 때는 빗소리를 들으면 일부러 산속으로 가던 때도 있었지. 길은 한가해졌고, 평탄하다.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발은 편하게 제 갈길을 갈 수있어서 마음도 편해진다. 산에 올라오면 탁트인 정상에서 세상을 발밑에 내려다보거나, 저멀리 수십킬로미터 멀리까지 보다보면, 빌딩에 가려져 고작해야 수십미터 앞밖에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근시안이 고쳐지는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좀 색다르다.  <o:p></o:p>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길이 나온다. 더 나가면 무엇이 나올까? 어쨌든 길이 나오겠지.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거야. 너무 멀리 보려고 애쓰지 말고, 발밑만 보면서 살 때도 있는 거지.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o:p></o:p>
조금 가다보면 한 무리의 동인랑들이 서서 막걸리를 마시고, 또 조금가면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바로 길 옆에 서서 웃고 있지만, 마치 꿈속에서 보는 것처럼 또렷하지 않다. 마치 교과서에서 들었던 몽유도원도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몸에 부딪치는 후두둑하는 빗소릴들으며 그렇게 훈이와 도란도란하면서 걷다보니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종필이,경집이,봉식이 그리고 영철이가 서서 쉬고 있다. 하지만 영철이의 빈 복분자 잔을 보면서 조금만 일찍 올걸 하는 약오름이 든다. 그래도 남아있는 빵 한조각을 나누어 먹고 다시 안개 속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올라왔으니 내려가야지.  <o:p></o:p>
그렇게 훈이와 3시간을 걷고나니 어느 새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비는 조금 누그러졌다. 친구들이 모여있는 천막 속으로 들어가니 모두들 모여있다. 아직 식사는 준비되지 않아원구의 16반에서 가져온 방울토마토를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지난 달에도 그렇고, 이번 달에도 그렇고 원구의 친화력이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왜, 나한테는 16반 친구들이 없을까? 반성해야지.  <o:p></o:p>
배고픔과 목마름을 축이고 있는 데 성환이가 들어온다. 후미대장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부상자나 낙오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루한 산길을 지키다가 이제야 들어온 것이다. 역시 그는 산악회장으로서의 우리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o:p></o:p>
드디어 식사를 가져온 트럭이 왔다. 착하디 착한 우리가 가서 밥을 날랏다. 이 나이에......
그리고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하여 자리에 앉았지만, 희건이와 종승이는 식사 배분하느라 수고를 더하고, 상수도 어느 새 우리와 동참하고,   <o:p></o:p>
비속에서 산길을 걷고, 빗속에서 술을 먹고, 빗속에서 노래부르고......  <o:p></o:p>
그리고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다. 우리는 다시 빗속을 걸었다. ‘사람과 사랑’을 향하여...... 카페이름이 참 좋다.  <o:p></o:p>
마침 16반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지난 번에 뵙고 또 뵙네요?’ 하고 말을 이어갈려니 상수가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시작부터 속이 뻔히 보이는 ‘작업’의 전형이다.
‘작업하러 왔습니다’ 그러면서 풀어지는 그의 말이 너무 재미있다. 한참을 웃다가 마주앉은 훈이와 나는 머리를 부딪치기까지 했다. 직업을 잘못한 것아니야, 개그맨해야지.  <o:p></o:p>
비가 그치고 안개가 아스라한데 창밖의 초록이 더욱 초록처럼 보인다. 창쪽에 초록잠바를 입은 16반 친구의 모습이 더욱 돋보였다. 참 이쁘다.  <o:p></o:p>
그렇게 한참을 웃고 지내니 어느 사인가 동휘가 왔다. 언제왔어, 자 동휘가 왔으니 가자.......  <o:p></o:p>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각자의 길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o:p></o:p>
비가 오니 산길이 축축하다. 그 산속을 걷다보니 발이 축축하다. 친구들과 마신 술에 마음이 축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