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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조선일보 2009년 10월 12일 미술평론가 이주헌 ''유럽 미술관 체험''으로 미술 교양서 시장 열어</H3>스타 작가는 시와 소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만으로 수만명 독자를 거뜬히 움직일 수 있는 ''파워 라이터(power writer)''들이 무서운 기세로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미술·역사·경영·교육 등 각 분야에 포진해 새로운 감각과 글쓰기로 시장을 개척하고 문화를 움직인다. 상아탑에 갇혔던 지식을 대중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스스로는 ''문화 브랜드''가 된 이들을 만나본다. 1994년 10월 <A href="http://focus.chosun.com/nation/nationView.jsp?id=152" target=_blank name=focus_link>체코</A> <A href="http://focus.chosun.com/region/regionView.jsp?id=151" target=_blank name=focus_link>프라하</A>. 젊은 한국인 부부가 세 돌, 한 돌짜리 아이들을 안고 거리 위에 주저앉았다. 젖병과 기저귀, 그동안 찍은 사진자료가 든 가방을 도둑 맞은 후였다. 부부는 아이 둘을 유모차에 태우고 포대기로 업어 유럽 11개국 미술관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전 재산 1500만원을 털어 떠난 여행이 허무하게 막을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제 처가 힘들다고, 이제 그만 하겠다고 말하더군요. 너무 낙심했지요. 겨우 설득해서 나머지 미술기행을 마쳤어요. 말로 못할 고생이었지요." 미술평론가 이주헌(48)씨의 베스트셀러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1995)은 이렇게 완성됐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10대 후반의 나이가 됐고, "쉬운 미술 교양서를 쓰겠다"며 직장을 뛰쳐나왔던 이씨는 미술 교양서 시장의 1인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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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IMG id=artImg1 height=336 alt="" src="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0910/11/2009101100829_0.jpg" width=480> 
<DT>▲ 자신의 집 거실에 앉아 이야기하는 이주헌씨. 그는“스트레스가 많을 때 그림을 보면 정신이 맑아진다, 그런 그림이 직업이라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했다. 그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마티스다./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DT></DL></DIV>
지난 6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있는 집에서 이주헌씨를 만났다. 벽이 온통 하얀 거실에는 둘째 아들이 만든 가구가 놓여 있었다. 엄마 등에 업혀 명화를 감상했던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공부 많이 시키는 학교에는 안 가겠다"고 선언하고 목공예에 빠져들었다. 그런 아들에게 이씨는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끝까지 해보라. 대신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지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주헌씨 본인 역시 15년째 좋아하는 일로 한우물을 파고 있다. 미술에 대한 쉬운 해설을 통해 일반 대중과의 사이를 좁혀 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끼리만 통하는 어려운 용어와 난해한 해설은 그의 책에 없다. 1994년 《20세기 한국의 인물화 - 수줍게 돌아선 누드》로 시작해 《신화, 그림으로 읽기》(2000), 《화가와 누드》(2003), 그리고 얼마 전 나온 신작 《지식의 미술관》까지 그의 이름을 걸고 나온 책이 30여권에 이른다. 그중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은 15만부가 팔리며 미술 교양서 시장을 확실히 열어젖혔다. 그의 무엇이 독자들과 통한 걸까. "타이밍이 좋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렇지만 일반인이 자신의 눈높이에서 미술을 소비할 채널이 없었지요. 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입니다. 해외여행을 떠나고 명화를 통해 문화를 소비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를 포착했고,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전달하려 했죠." 이씨의 그림 읽기는 친절하다. 정보를 탄탄하게 구성해 가려운 부분은 확실하게 긁어주고 독자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15년간 흥행과 전문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도 줄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그의 책 중 한권도 절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균형감''은 7년간의 신문기자 경험에서 왔다. "기자 적성도 아니었고, 묶인 생활도 안 맞아서" 그만두긴 했지만 신문사에서 익힌, 적재적소에 정보를 투하하는 능력은 학사(홍익대 미대) 출신인 그를 미술서 시장에서 돋보이게 했다. "고1 때 아버님이, 대학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죠. 동생 둘을 키우며 학비를 대느라 대학 1학년 때부터 입시과외를 했습니다. 돈이 없어 유학은커녕 대학원 진학도 포기했으니 왜 아쉬움이 없겠어요. 그렇지만 이제 유학이나 학위는 제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일 같아요." 열살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씨는 독자들과 함께 명화의 감동을 나누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는 거의 매일같이 강연 요청이 쇄도하지만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글쓰기다. "우리나라는 대중에게 인정받는 전문가의 힘이 셉니다. 독자들도 필자를 키워준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성장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