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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홍서방은 대구장을 보기위하여 길을 떠난다. 조랑말의 등은 대구에서 풀어놓을 물건으로 가득하지만, 힘겨운 내색을 하지않는 조랑말은 어서 가자는 듯이 '히잉~'하고 힘찬 목소리로 마음을 다잡는다. 고마운 녀석. 다행히 하늘은 맑고, 공기는 따뜻하다. 요즘들어 여물값이 올라서 길에는 전같지않게 말들이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한양의 대로변은 복잡하기만 하다. 서둘러 한양을 벗어나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 새 원주 치악에 들어섰다. 험한 산길이 이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이제까지의 평지와는 다르기 때문에 심호흡을 크게 쉬고는, 길을 가야한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길은 어느 새 파릇하다. 저 높은 산꼭대기에는 약간의 눈이 다가오는 봄에 저항을 하듯이 버티고 있지만, 다가오는 봄을 물리치기에는 어림없는 형세이다. 벌써 봄이군! 온갖 배설물로 뒤덮여져 있는 한양에서야 계절의 변화가 무슨 대수이고, 초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시사철 따땃한 구들목과 서늘한 마루방에서 지내는 양반님네에게 자연이란 자치기할때 '잔디가 기네, 짧네'하고 허허 웃을 때나 한번씩 기분좋게 둘러보는 사치이지만, 허구헌 날을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는 홍서방에게는 삶 그 자체이다. 그런 홍서방에게도 봄은 역시 새롭다. 지난 겨울에는 무엇을 했던가. 지난 해에는 무엇을 했던가. 돌아보면 별로 한 것도 없는 데, 어느 새 봄이다. 추위를 핑계삼아 게으름을 피웠던 지난 겨울이 아쉽고, 헛되이 보냈던 수많은 계절이 아쉽지만, 새롭게 자라나는 초목을 보면 다가오는 한해를 위한 결심을 다 잡게 한다. 그래 봄이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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