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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책하지 말고
다시한번 추진해 보렴.
기회는 언제든 널려 있지만
서둘러 잡지 않으면 놓쳐 버리기도 하지.
너의 진심은 잘 알겠으니 
혼자만 그러지 말고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렴.
아니면 차라리 네손으로 나를, 나를
잠들게 해주라 !!

>> 모든 친구들이 잠든 이 밤, 나는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을 못이겨 이 글을 씁니다.
>> 
>> 동기 여러분들,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읽을 이 글은 결코 약올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여러 분들과 같이 즐겼어야 할 이 환희를 나의 절대적 잘못으로 인하여 본인 혼자만 즐겼음을 자책하면서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함이오니, 저의 진심을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 여러 달 전에 제가 여러 분들에게 미스 핀란드와의 미팅을 주선하고자 했으나, 소인의 불찰로 말미암아 많은 문제가 사려깊은 친구에 의하여 제기되고, 철없는 종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급하게 취소되었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마무리가 엊그제 이루어지고, 신청했던 친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보충코자 그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 
>> 사실 저로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추운 날에 정말 뜨거운 핀란드 사우나 속에서, 빙하와 같은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시고, 찬바람을 잠시 호흡하고는 또 다시 지옥의 불구덩이와 같은 사우나로 들어가야 하는 고통을 여러 번 겪은 뒤, 사지에 퍼지는 알코오루의 나른함과, 나의 영혼을 태워 먼 우주로 이끌어 가려는 벽난로 불빛의 너울거리는 유혹과,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들려주는 생의 비애감 속에서 내가 겪었던 환희를 되돌리면서 기억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 
>> 그 날 생겼던 모든 일을 쓰자면 아마도 성경의 처음인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인 요한계시록만큼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래서 요점정리를 못하는 아둔한 머리이지만, 정말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만을 간략하게 하고자 합니다. 
>> 
>> 핀란드에서 연락을 받고 프랑크프루트를 거쳐서 도착하니 한밤중이더군요. 헬싱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다시피하고 새벽같이 다시 국내선 프로펠라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제트 비행기만 다니는 요즘같은 세상에 프로펠러 비행기의 가벼움이 주는 공포감을 이해하신다면, 제가 이 번 일로 인하여 받았던 중압감을 아실 줄 압니다. 한 나라의 국가적인 행사를 별 볼 일없는 외국인이 가벼운 입실수로 말미암아 그르칠 뻔했기에 모든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알맞은 시간에 행사장에 도착하였고, 동 행사에서 제가 맡은 바 역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파티장으로 향했습니다. 
>> 
>> 파티장은 바다와 같이 넓은 호수가에 정말 화려하게 장식된 오두막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호수에서 살던 100년은 묵은 연어가 뛰어나와 기꺼이 우리의 저녁이 되고자 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진심에 감복한 우리는 주저없이 그를 요리하였습니다. 그의 장렬한 최후 모습은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내장은 버리고 살만 발라서 넓적한 나무판위에 그를 누이고는 쇠줄로 흘러내리지 않게 조심해서 묶은 다음 아주 잘 마른 자작나무가 타는 불 옆에 세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주 즐겁게 핀란드 과실주를 즐기면서 그가 익어가기를 기다렸지요. 한 시간 정도는 지났을 것입니다. 마침내 그의 희생정신이 모두 익자 우리는 그의 몸과 은박지 속에서 잘 익은 치즈, 감자, 양파 그리고 당근의 조화를 함께 먹었습니다. 맛있었지요. 그렇게 먹었는 데 맛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박카스 주신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녀와 나는 호수 한가운데 서있더군요.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으면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왈츠를 추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음악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우리만의 소리였습니다. 달도 없는 밤이었는 데, 갑자기 하늘이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용돌이처럼 우리를 휘감기도 하고, 또 다시 보라매처럼 높이 치솟는 가 하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빛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호수는 순백색의 눈이 아주 고운 카펫처럼 깔려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춤을 추고, 또 추었습니다. 그 이후의 일은 그 이전의 일보다도 더 많은 글을 쓸 수있지만, 여기에서 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사실을 여러 분이 알게 되면 평생의 한을 가지고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 
>> 우선 여러분은 저의 사려깊지 못한 일 추진과 경솔한 취소를 탓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 그 것으로 그만이면 저는 아무런 주저없이 자세히 알려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분의 상상력에 대한 저의 깊은 생각은 여기에서 멈추게 만드는 군요. 제 생각에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겪은 수많은 풍파와 술.담배에 찌든 생활로 인하여 여러 분의 상상력은 이미 충분히 고갈되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만에 하나, 단지 눈꼽만큼이라도 상상력이 남아있다면, 놓쳐버린 즐거움을 통탄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여러분은 스스로의 상상력을 원망하면서 고통스런 여생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 
>> 그래서 여기서 줄이고자 합니다.
>> 
>> 순백색의 고운 눈이 뽀드득하는 호수 위에서,
>> 북극 하늘이 펼치는 불꽃놀이와 같은 오로라의 불빛아래서,
>> 단테가 평생 이상의 여인으로 꼽았던 베아트리체와 춤을 추었습니다.
>> 
>> 이 정도로 해서 제가 여러 분에게 끼쳤던 죄에 대해 보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 절대로 약올리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 
>> 친구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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